6월11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내정했다. 7월에 청문회를 해봤더니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 기피 의혹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연임에 반대했다. 그 무렵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사과였지만 정치적으로는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사과였고, 향후 겸손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현병철 카드는 접는 게 순리이자 도리로 보였다.

시간이 흘렀다. 텔레비전 뉴스는 올림픽이 접수하다시피 했다. 애국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올림픽 기간 중에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했다. 대통령은 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현병철 연임을 확정지었다. 잘못하고 사과하고 시간 끌어 국민이 잊었다 싶으면 뒤통수를 치는, 5년 내내 반복돼온 MB식 꼼수의 전형이다. 대명천지에 어찌 이 따위 꼼수의 반복이 가능할까? 현병철 연임이 확정된 8월13일의 KBS 뉴스에 답이 있다.


올림픽 폐막일이었던 이날 KBS 〈뉴스9〉는 무려 올림픽 소식을 21꼭지나 쏟아냈다. 2000년 시드니 그리고 2004년 아테네 때, KBS의 올림픽 폐막일 뉴스는 8꼭지에 불과했다. MB 정권이 들어서고 사장이 강압적으로 쫓겨난 직후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이상해진 거다. 그때는 28꼭지를 틀었다.

같은 날 KBS의 현병철 연임 확정 소식은 〈뉴스9〉 말미에 ‘이 대통령, 임명 재가’라는 제목으로 딱 두 문장 보도되고 말았다.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KBS 사장이 ‘제2의 현병철’이 되고자 MB 눈치를 보는 것이렷다?

기자명 노종면 (YTN 해직기자, 트위터 @nodolbal)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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