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연일 들려오는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환호하며 열대야의 괴로움을 잊는 사이 다른 의미의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린 덕분에 들어야 할 욕을 충분히 듣지 않게 된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소셜 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인공은 단연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다. 은 전 위원은 지난 2010년 5∼11월 세 차례에 걸쳐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고, 제주도 카지노에 친형을 감사로 올려 업체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은 전 위원은 지난 7월30일, 법무부로부터 가석방을 승인받았다. 형기의 70% 이상을 마치고, 모범수로 분류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MBC 김재철 사장 역시 올림픽 수혜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PD수첩〉 작가들을 전원 해고한 것에 대한 비난, 무용가 정 아무개씨의 남편이 제기한 불륜 의혹 등이 올림픽으로 인해 묻히고 있다.  


ⓒ시사IN 조남진7월16일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재임명을 놓고 자질 시비에 시달린 현병철 인권위원장 또한 올림픽 수혜주 후보로 올랐다. 단, 지난 4·11 총선에서 공천헌금 당사자로 의혹을 받는 현기환 전 의원, 현영희 의원과 함께 ‘현 트리오’로 묶일세라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올림픽 특수에 기대면서도 공천헌금 파동이 대형 스캔들로 번질 것을 우려해 두 전·현직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책 사업의 매각 역시 올림픽 기간 소리소문 없이 진행되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원래 설립 과정에서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운영권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 뒤 기부채납(국가나 지자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하는 것을 조건으로 운영돼왔다. 따라서 8월13일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운영권은 인천공항공사로 귀속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를 다시 민영화하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노조 등은 급유시설을 위탁 운영 중이던 한국공항이 대한항공 자회사라는 점을 들어 민영화 정책이 결국 대한항공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소리소문 없이 진행

공적자금 8조원이 투입된 한국항공우주산업 매각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7월31일 정책금융공사는 자체 보유분 11.41%를 포함해 주주협의회 소유 지분 41.75%에 대해 매각 공고를 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매출 1조2857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을 낸 알짜기업이자 주요 방위산업체다. 따라서 매각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 정부가 매각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생필품 가격을 인상한 제조업체 역시 올림픽 수혜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7월28일 하이트진로는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5.93%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팔도와 삼양식품은 라면류 가격을, 동원과 사조는 참치캔 가격을 역시 올렸다. 정권 말 레임덕으로 인해 정부의 물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휴가철과 올림픽 시즌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재주는 선수들이 넘고 돈은 기업이 챙기고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김동인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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