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새벽 5시께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SJM 공장에 소란이 일었다. SJM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무장한 용역 경비 200여 명이 노조원을 구타하는 장면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SJM 측과 노조는 지난 4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제품 생산 외주화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벨로우즈라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 조합원들 사이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SJM은 1988년 이래 정식 채용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6월26일부터 하루 2~4시간씩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근무 17년차인 조호준씨는 “실제 파업은 한 달 동안 26시간 미만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 부분파업에 회사 측이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업체를 들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사IN 백승기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 노사분쟁이 발생하자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이 회사를 점령했다.

SJM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컨택터스는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쓰리엠·발레오공조·상신브레이크 등 노사분쟁이 있는 사업장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용역업체 CJ시큐리티와 함께 유성기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컨택터스는 2010년 6월 전남 나주의 한국쓰리엠 공장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을 무차별 폭행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컨택터스에 경비업 허가를 내준 서울지방경찰청은 2011년 9월 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컨택터스는 허가 취소 나흘 만에 등재 임원을 바꿔 신규 허가를 받았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확인한 결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컨택터스는 2006년 설립한 이래로 여러 차례 상호를 변경해왔다. 디텍티브레인저스에서 디텍티브씨티플랜(2007년 9월), 다시 디텍티브레인저스(2008년 7월), 그리고 현재의 컨택터스(2008년 9월)가 되었다. 그때마다 대표이사가 주0호에서 이0준, 박0태로 달라졌다. 허가 취소 때마다 상호와 임원을 변경해 새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가 취소되어도 용역업 계속

등기부등본이 복잡한 용역업체는 이곳만이 아니다. 노사분쟁에 개입했던 용역업체들은 컨택터스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 허가를 새로 받았다. 지난 3월, 반용역 프로젝트팀(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등)이 펴낸 〈용역 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노사분쟁 현장에 투입된 대규모 용역업체는 8곳. 2010년 11월 아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용역업체 웰00에서 300명이 투입됐다. 이 업체는 1999년 ㅂ업체로 시작한 이래 2003년까지 매년 상호를 바꿔왔다. 10년 동안 이사만 14명이 교체됐다. 2009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에 투입되었던 마000는 2005년엔 ㅂ업체였다가 2년 만에 마000로 상호가 바뀌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용역업체는 CJ시큐리티. 이 회사는 재능교육·KEC 등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았던 곳에 투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5월, CJ시큐리티는 유성기업 측과 이면계약을 맺고 노조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하지만 용역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허가가 취소되었다고 하지만 CJ시큐리티가 하던 업무를 ㅊ업체가 계속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성기업 노사분쟁 당시 발견된 CJ시큐리티 간부의 수첩에는 ㅊ업체 대표에게 보내는 선물 현황이 적혀 있었다. ㅊ업체에서 교육받는 날짜가 기재돼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CJ시큐리티가 ㅊ업체의 조언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용역경비업체로 등록돼 있는 ㅊ업체는 1998년 설립 이래 상호는 그대로 두고 10년 동안 매년 주소지를 옮겨왔다. 앞서 말한 관계자는 “SJM과 비슷한 시기에 직장 폐쇄된 만도의 평택공장과 문막공장에 투입된 용역업체가 바로 ㅊ업체다”라고 말했다.


ⓒ뉴시스2011년 5월27일 유성기업 노사분쟁 현장에도 컨택터스가 투입되었다.

현행 경비업법상 용역업체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다. 컨택터스만 해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경기 양평군에 독립된 두 개 법인을 갖고 있다. 이번 폭력 사건을 일으킨 곳은 경기도 법인이다. 현재 경찰은 컨택터스에 대한 허가 취소를 검토 중이다. 컨택터스 경기도 법인의 허가가 취소되어도 서울 법인에서 용역업을 계속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컨택터스 사무실은 법인이 등록된 두 곳 외에도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경기 안양·고양·오산·평택,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주, 전남 목포 등 2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사무실은 ‘노사분쟁, 노사관계, 파업, 점거농성 등 각종 분쟁 경호·경비’라고 자신들의 업무를 소개한다.

대개 용역업체는 상주하는 직원 5∼20명을 둔다. 노사분쟁이 일어난 회사가 용역업체에 용역경비 투입을 의뢰하면, 업체는 ‘프리팀’이라고 불리는 프리랜서팀을 모집한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셈이다. 

폭력 사태가 벌어진 날, SJM 공장에 들어간 강 아무개씨(30)는 용역경비 업무를 5년째 하고 있다. 사건이 있기 며칠 전, 컨택터스는 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원을 모아달라는 요청이었다. 프리팀장인 그는 30여 명을 구성했다. 강씨와 같은 프리팀장 10여 명이 200여 명을 모았다고 한다. 사건 전날 밤 11시, 서울 잠실 역 인근에 집결해 대형 버스 넉 대에 나누어 타고 SJM 공장으로 이동했다. 강씨는 유성, KEC, 발레오공조, 상신브레이크 분쟁 현장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 공장이 무엇을 생산하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SJM 노조원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새끼손가락을 심하게 다쳐 8월3일 현재 입원치료 중이라고 했다.

용역업체들이 이처럼 이름을 바꿔가며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것은 현행법의 허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비업법상 사실상 폭력을 사주한 회사 측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전과가 있거나 조직폭력배였던 이들도 금고 이상의 형만 받지 않으면 용역경비업을 할 수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업체가 신규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경비업법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묵인 아래 용역경비가 조합원을 폭행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루어진다는 비판도 높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무차별 폭력이 분쟁 사업장에서 벌어져도 경찰이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경찰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SJM 지회 제공7월26일 밤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이 SJM 공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나아가 장 의원은 “공권력의 비호 없이 용역업체가 활개를 칠 수 있겠느냐”라며, 이들이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JM 폭력 사태 이후 문성호 컨택터스 회장의 이력이 드러난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취임한 문씨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 등 새누리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컨택터스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경호했으며, 법무법인 영포가 법률자문을 맡는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법무법인 영포는 민간인 불법사찰로 구속 기소된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과장을 변호한 바 있다.

사태가 커지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 민주당 의원)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폭력용역업체 진상 조사단’을 구성해 폭행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와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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