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공연 티켓 판매 사이트인 비지트 서울(Visit Seoul)과 인터파크 글로벌 사이트에서 판매된 공연 티켓 규모는 35억원이었다. 국내 공연 시장의 총규모를 대략 5000억원으로 추정하는데 해외 관광객이 대략 0.7%를 차지한 셈이다. 올해는 해외 관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1%를 가볍게 넘어서리라 보인다.

올해 상반기 해외 관객 수만으로도 지난해 전체 해외 관객 규모를 넘어섰고, 같은 상반기 규모를 비교했을 때 5배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JYJ의 김준수가 출연한 〈엘리자벳〉이나, 샤이니의 키, 슈퍼주니어의 규현, 소녀시대 써니 등 아이돌 가수가 출연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관객 중 20~30%는 해외 관객이다. 해외 공연 관광객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국내 뮤지컬의 일본 진출 사례도 증가했다. 2011년 창작 뮤지컬 〈궁〉과 〈미녀는 괴로워〉가 일본에서 공연된 이래, 올해는 〈햄릿〉 〈빨래〉가 진출했고, 〈쓰릴 미〉 〈잭 더 리퍼〉 〈스트릿 라이프〉 〈궁〉 〈광화문 연가〉가 일본 공연을 대기하고 있다. K-팝에 이어 K-뮤지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뮤지컬 한류 바람이 감지된다. 


ⓒ뉴시스뮤지컬 〈궁〉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시연하는 배우들. 〈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본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은 종종 시도되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낀 제작자들이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2000년을 전후해 〈명성황후〉가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에서 공연했다. 〈명성황후〉는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기보다는 해외 진출이라는 타이틀로 국내 마케팅을 한 경우다. 해외 공연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해외 공연계에 소개되었다는 것이 국내 시장에서는 대단한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반면 〈난타〉와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는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통해 해외 시장에 소개함으로써 국내 홍보 효과와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난타〉와 〈점프〉는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전 세계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문화상품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지는 못했다. 넌버벌이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공연 관광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동양의 퍼포먼스로 그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비싼 티켓, 한국의 한탕주의?

이 밖에도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댄싱 섀도우〉 〈천국의 눈물〉과 같이 우리 소재를 해외 창작진에게 개발시키기도 하고, 〈드림걸즈〉처럼 해외 작품을 우리 자본으로 리바이벌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 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국내 뮤지컬 프로듀서들의 염원인 해외 시장 개척은 뜻밖에 K-팝 열풍으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최근 1~2년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뮤지컬의 한류 바람은 K-팝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궁〉이 SS501의 김규종과 일본에서 더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인 초신성의 성모를, 〈미녀는 괴로워〉가 카라의 규리와 초신성의 성제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이나,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에 해외 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본격적으로 한류 뮤지컬 열풍이 열린 것은 JYJ의 김준수가 〈모차르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동방신기

뮤지컬 〈모차르트!〉 리허설에 참여한 JYJ의 김준수. 그를 보러 일본 관객이 몰려왔다.
해체 이후 무대에서 보기 어려워진 팬들의 결집력은 매우 컸다. 김준수가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하게 되자 수많은 해외 관객이 몰려왔다. 월간 〈더 뮤지컬〉 6월호는 일본 공연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응답자 중 41.5%가 2010년부터 한국에 공연을 보러 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0년은 바로 김준수가 〈모차르트!〉에 출연한 해이다. 게다가 이들의 한국 공연 원정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해외 공연 관광객 중 80%에 가까운 사람이 일본인이다. 뮤지컬은 티켓 값이 비싸기 때문에 텔레비전 드라마와는 달리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시장을 형성하기가 어렵다. 뮤지컬 시장 규모가 국내의 2.5배 정도인 일본은 한국 프로듀서에게 더없이 좋은 시장이다. 최근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올해만 해도 일곱 편이 일본에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K-팝 열풍에 의존했던 관객층이 서서히 다른 뮤지컬 배우에 관심을 옮겨가는 현상도 감지된다. 2010년 김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이제는 1년에 4번 정도 공연 원정을 온다는 나쓰에 씨는 “김준수 공연을 보기 전에는 한국 뮤지컬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홍광호, 박은태, 전동석 등 국내 뮤지컬 배우들 작품까지 찾아본다. 이제는 K-팝 팬뿐 아니라 일본의 공연 팬들도 한국 공연 원정길에 합류한다.

일본 공연 원정 팬들이 한결같이 한국 뮤지컬의 강점으로 꼽는 것은 배우의 가창력이다. 일본 배우에 비해 시원한 가창력을 지녔고, 모든 배우의 기량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엘리자벳〉 〈미스 사이공〉을 레퍼토리로 공연하는 토호와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등을 공연하는 사계가 양대 산맥으로 뮤지컬 시장을 장악했다. 유명 대형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선점한 이들 극단은 수십 년간 일본 뮤지컬계를 안정되게 지배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객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원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작품을 개발해야 하는 일본의 신생 제작사들이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올해부터 창작 뮤지컬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 작품에 총 10억원을 지원했다. 이러한 내적·외적 이유로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한탕주의를 노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올해 일본에서 〈엘리자벳〉 김준수 공연 티켓을 공식 판매했던 ‘Look Korea’에서는 티켓 가격을 2만7000엔으로 책정했다. 우리 돈으로 4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참고로 〈모차르트!〉의 국내 티켓 가격은 12만원이었다. 구매자가 몰린다는 이유로 김준수 공연만 일본인에게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높은 가격이라도 김준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하는 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공연 팬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9월 도쿄에서 공연하는 〈잭 더 리퍼〉의 티켓 가격이 1만6000엔(약 23만원)이다. 일본에서 비슷한 규모 작품의 가격은 1만2000엔(약 17만원) 정도이다. 무려 6만원이나 비싼 셈이다. 일본 한류 사이트에는 벌써부터 한국 공연의 높은 티켓 가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하는 글이 오른다. K-팝 열풍으로 한국 뮤지컬은 해외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잡았다. 그 좋은 기회를 섣부른 한탕주의로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자명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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