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은 다큐멘터리이지만 결정적 조연으로 화면을 훔친 ‘신 스틸러’(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가 있다. 맞은편 건물에서 참사 현장을 생생히 기록한 화면이다. 이 화면을 찍은 주인공은 영화에도 등장하는 박성훈 PD(39)이다.

그가 거리 생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촛불시위 때부터다. 영화를 전공한 그는 잠깐 충무로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촛불을 겪으면서 삶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진보신당 소속 ‘칼라TV’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륭전자,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등 ‘백 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현장에는 늘 그의 카메라가 함께했다. 박 PD는 “우리(칼라TV)는 언론이라는 관점보다 카메라와 노트북으로 사람들과 연대한다는 차원으로 활동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진보신당 기획팀에서 상근 당직자로 일한다. 여전히 카메라는 놓지 않고 있다. 


ⓒ시사IN 백승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현장이다. 그는 공장 앞에 카메라를 놓고 그곳에서 먹고 자며 매일 생방송을 했다. 용산은 참혹함 때문에 사실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찍은 분량만 해도 만만치 않다. 박 PD는 ‘이명박 대통령’을 열쇳말로 그동안 찍은 영상을 편집해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그가 내놓을 작품 속의 신 스틸러는 아무래도 ‘그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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