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서 녹음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인성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도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도 녹음을 하겠다.” 자신이 한 말이 왜곡되어 전달되어 생긴 버릇이라고 그도 양해를 구해왔다. 

김인성.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 IT 업계 1세대 엔지니어. 엠파스를 리눅스 체계로 만들고 리눅스원 개발이사를 지내는 등 국내에 리눅스 서버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한양대 겸임교수인 그는 〈한국 IT 산업의 멸망〉이라는 논쟁적인 책을 펴내며 IT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스템 엔지니어이면서 민간 디지털 포렌식(증거 수집·분석) 작업도 겸하고 있다.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횡령 사건 때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팀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해, 회계 조작에 따른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숨은 주역이다. 

ⓒ시사IN 이명익리눅스와 오픈 소스 개발자이자 IT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인성씨.
그런 김씨가 통합진보당 사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통합진보당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비례대표 투표관리 시스템을 분석한 뒤 작성한 이른바 ‘김인성 보고서’ 때문이다. 구당권파는 이를 신당권파의 부정 증거로, 신당권파는 반대로 구당권파의 부정 증거로 삼는다. 그의 보고서를 모두 인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 투표의 블랙박스나 다름없는 웹로그 분석을 한 이는 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7월4일 만난 그는 통합진보당과 맺은 계약서의 비밀엄수 조항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IP 중복 투표율이 59%에 달한다는 수사 결과를 검찰이 발표했다. 섣부른 발표다. IP 중복 수치 자체를 부정 투표로 곧장 연결시킬 수 없다. 일반인들은 동일 IP 중복 투표율이 높다고 하면 한 컴퓨터에서 조직적으로 대리 투표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한 집에서 한 컴퓨터로 부부가 해도 중복된다. 웹로그를 분석해보면 동일 IP이지만 공유기를 통하는 경우 컴퓨터 여러 대가 투표한 것으로 나온다. 즉 중복이 아니다. 내 보고서에서도 동일 IP 몰표 현상을 검찰과 똑같이 짚었다. 똑같은 현상을 본 건데, 우리는 몰표가 나온 동일 IP에서라도 투표 장소에 해당한 IP인지, 투표를 할 때 흔히 보는 도움말 페이지를 보았는지 등 투표 행동 특성까지 따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웹로그를 처음으로 분석한 것인가? 웹서버와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로그와 데이터를 분석했다. 웹서버가 작동하면 기록으로 남는다. 일종의 블랙박스이다. 무슨 작업을 했는지, 어떤 아이디로 접속했는지도 기록된다. 1차 진상조사위 때 이 로그 분석을 안 했다고 한다. 블랙박스를 안 보고 사고 여부를 판단한 셈이다. 웹로그 분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

2차 진상조사특위로부터 어떤 것을 주로 의뢰받았나? 보고서에 문답으로 처리한 부분인데, 한마디로 이석기 의원 등 주요 비례대표 후보들의 부정 사례가 있는지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김재연 의원 부분은 없었나? 명시되지는 않았다. 시간 나면 할 수도 있었는데 시간도 부족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인성 보고서’에는 이석기 의원 등 구당권파의 온라인 부정 사례를 ‘소명 가능한 것’으로 분류했는데? 먼저 전제를 하자. 온라인 투표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 오프라인 투표처럼 완벽할 수가 없다. 동일 IP에서 몰표 현상이 있었다. 그런데 당원 30명 이상이 요청하면 온라인 투표소 설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공식 투표소에서의 몰표는 어느 정도 소명이 되는 부분이다. 이석기 의원 몰표도 공식 투표소에서 이뤄졌다. 물론 그렇다고 동원 투표, 대리 투표 의심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대량으로 반복적인 장기간의 대리 투표 등이 발생했다거나 하는 부정은 발견하지 못했다.   

1차 진상조사위는 특정 소스 파일을 수정한 시간 전후로 이석기 의원의 투표 값이 올라가는 추이 변동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추이 변동이 있었나? 없었다. 웹로그, 그러니까 블랙박스를 들여다봤더니 그런 부분은 없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온라인 부정 사례를 확증할 수 없다는 것인가? 온라인 투표가 완전하지 않다고 말했듯이 동원 투표나 대리 투표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대규모이면서 반복적·장기적으로, 관리자 아이디로 미투표자를 불법 조회해 조직적으로 대리 투표를 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시사IN 조남진당내 경선 중인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는 ‘김인성 보고서’를 모두 인용했다.

반면 김인성 보고서에서 신당권파에 해당하는 특정 후보의 부정 사례를 적시했던데? 웹로그를 분석하다 발견했다. 대규모이고 반복적이며 장기적인 부정 사례이다. 공식 투표소도 아닌 곳에서, 공식 현장 투표소에서만 사용 가능한 관리자 아이디로 접속했다. 이 아이디로 ‘온라인 투표 확인 기능’을 수천 번 실행했다. 그 뒤 수백 명이 온라인 투표를 한 것으로 나온다. 투표소가 아닌 곳에서 온라인 투표 확인 기능을 실행했을 뿐 아니라 한 IP 안에서 공유기를 통한 컴퓨터 여러 대가 투표한 것이 드러났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동원된 조직적인 대리 투표라는 의심이 갔다(이에 대해 의심을 받은 당사자는 “관리자 아이디를 모른다. 사랑방으로 쓰이는 사무실인데, 당시 들락거리면서 당원들이 컴퓨터로 정상적으로 온라인 투표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개인 블로그에 ‘범죄행위다. 이 범죄자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은 검찰에 의해 궤멸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진보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뿐 아니라 또 다른 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썼다. 무슨 의미인가? 음(한참을 망설이다)…난 이 사례가 온라인 부정선거의 ‘끝판왕’이라고 본다.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명백한 부정의 사례다. 웹로그를 분석했을 검찰이 마지막 순간에 가지고 놀 수 있는 카드라고 본다. 현재 민주통합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바일 투표도 얼마든지 이런 장난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온라인 투표 자체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김인성 보고서를 두고 신·구당권파 사이에 해석이 다르다. 조사위 자체가 문제가 있다. 법정으로 치면 판사·변호사·검사가 있다고 하자. 조사위원회는 판사 노릇을 해야 한다. 양쪽의 주장을 조사하고 각자 보고서를 본 뒤 판사 역을 하는 분이 양심에 따라 진실을 판단해줘야 하는데 조사위원회 자체가 정파별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고서를 함축적으로 쓴 것도 그래서다.

그래서 진상조사특위에 따로 소명 기회를 달라고 했나? 그렇다. 위원장에게 직접 이 보고서가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온라인 부정·부실을 막을 수 있는지 소명하려 했다.

신당권파 쪽에서 공청회를 하자고 했는데 거부한 이유는? 나는 엔지니어다. 나온 증거대로 진상조사특위에 보고서를 넘겼다. 분석된 증거까지 몽땅 넘겼다. 보고서가 언론에 먼저 유출이 되어 공정성에 의문이 인다고 하는데 내가 유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를 공격해봐야 통합진보당에 어떤 도움도 안 된다. 만일 나중에 검찰이 기소해서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투게 되면, 웹로그를 분석한 내가 통합진보당을 변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김인성씨의 주장에 대해 신당권파인 혁신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비례대표 선거는 부정·부실 선거로 정치적인 공동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인성 보고서에서 언급한 후보도 비례대표 사퇴를 했는데, 구당권파 분들만 사퇴를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 부정이냐, 50% 부정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김인성 보고서에 언급된 인물에 대한 추가 징계는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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