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살·젓갈 등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 ‘사조오양’이 뉴질랜드에서 부끄럽게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원양어선 오양75호에서 한국인들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인도네시아인 선원 32명이 뉴질랜드 리텔톤항에 집단 하선해 이를 증언하면서부터다. 현지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올해 3월에는 수많은 외국 어선 가운데 유독 한국 배에서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보고서까지 발표됐다.

엘리아나 테누 씨(Elyana Thenu ·51)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당한 인권 침해를 증언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테누 씨는 인권 단체 활동가가 아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카지노에서 일하는 직원이자 열아홉 살짜리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이다. 그런데도 오양75호 선원들은 그녀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시사IN 조남진

테누 씨는 약 6년 전 뉴질랜드 현지 한국 선박회사에서 영어-인도네시아어 통역 일을 하다가 자연스레 선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래된 장화를 바꿔주지 않아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일은 예사였다. 어획량이 적은 날은 갑판장이 냉동실에 몇십 분을 가둬놓거나, 가위를 들고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그녀는 한국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들을 도왔다. 다친 선원을 병원에 데려가고 선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문제가 있음을 일깨웠다.

6월11일 테누 씨는 피해 선원 2명과 함께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최저임금 보장과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6월17일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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