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땅 매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 6월10일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백방준 형사1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관련자 7명 전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서 가장 큰 의혹은 청와대의 배임 여부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는 내곡동 땅을 공동으로 사들였다. 그런데 이 땅을 시형씨는 공시지가의 136%에 샀고, 청와대는 공시지가의 400%에 사들였다. 시형씨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알짜배기 땅을 싸게 사고, 대신 청와대는 그린벨트 땅을 비싸게 샀다. 한 부동산 업자는 “시형씨가 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총 10억800만원이 들었다. 이 땅(3.3㎡당 2000만원)과 건물의 가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5억원은 된다. (청와대가 산) 나머지 땅은 쓸모없는 부지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약 15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청와대 제공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8월 권재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한상대 검찰총장(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시형씨가 공시지가만으로도 6억~8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배임죄가 성립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검찰의 마법이 등장한다. 검찰은 “그린벨트에 세워질 경호동의 지목이 나중에 대지로 바뀌면 땅값이 오르게 되니 미래 수익을 고려해 시형씨 부담을 낮춰준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래 국가 이익을 미리 시형씨에게 나눠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비싸게 팔 수 있을 미래 가능성까지 예상해서 비싸게 샀다는 계약은 난생처음 들어본다”라고 말했다.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은 더욱 명확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통령이 살 집을 아들 명의로 계약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시형씨가 자기 명의로 대출도 받고 세금도 내서 명의신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부동산실명제법의 둑이 무너진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만 봐도 아들이 모친의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렸고, 1년 뒤에는 시형씨가 이 대통령에게 명의를 넘기기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장 출신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부모 집을 담보로 아들이 대출받아 땅을 사고 이자를 아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시중에서 널리 이용되는 증여세 회피 수단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린벨트 특혜 논란도 수사 안 해

시형씨 돈의 출처도 명확하지 않다. 시형씨는 내곡동 땅을 사기 위해 강남구 논현동 이 대통령의 사저 마당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7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리고 큰아버지 이상은씨한테 6억원을 빌렸다. 큰아버지에게 차용증을 쓰고 이자도 주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회사원 시형씨의 2008년 재산신고액은 3600만원이었다. 다스 관계 회사 직원은 “다스에서 시형씨 비슷한 직급에서 받는 연봉은 4000만원대다”라고 말했다. 4000만원대 연봉의 직장인이 한 달 이자 600만~700만원을 내면서 부모님 집을 사줬다는 이야기다. 또 각종 세금을 다시 내면서 명의 변경을 해야 한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사IN 조남진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매입한 서울 내곡동 땅.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던 이 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었다.

시형씨가 산 내곡동 땅은 애초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인 곳이다. 이 땅은 ‘수양’이라는 고급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유 아무개씨 소유였다. 그런데 ‘수양’이 있는 자리만 콕 집어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일 때 그린벨트가 풀렸고, 그 뒤 음식점이 들어서며 수십 배의 막대한 개발 이익을 보았다. 2010년 1월 유씨는 박 아무개씨에게 이 땅의 지분을 증여받는데, 박씨는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팀장을 지낸 인물이다. 강남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저히 음식점이 들어설 수 없는 그린벨트인데 개발되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유씨에 대한 수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가족이 연루된 내곡동 사저 의혹은 결국 ‘면죄부 수사’로 결론이 났다. 청와대는 성명을 내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검찰을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다. 특히 8개월간 이 대통령 아들을 서면조사 한 번 하고 수사를 끝낸 부분에 대해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시형씨를 소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송찬엽 차장검사는 “이시형씨 서면을 받으니 아귀가 딱 맞아 추궁할 게 없어서 안 불렀다”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내곡동 사저 의혹 무혐의 처분을 비판하는 정치권의 반발에 대해 “그게 바로 정치다”라고 일축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치 공세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도 사라져라 

6월13일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12~13쪽 포토in 참조).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지관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방송인 김미화씨 등 사회 각계 인사를 전방위로 뒷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찰’이 아니라 ‘동향 파악’이라고 했다. 불법도 아니라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보고 문건이 나왔다.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BH 비선→ 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 VIP는 대통령, BH는 청와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입막음용’으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줬다는 ‘관봉’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검찰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사찰 사례는 줄여 발표했다. 반면 참여정부 등 과거 정부의 사찰 내용은 친절하게 덧붙여 발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사안이었다. 청와대는 6월13일 검찰의 불법 사찰 수사 발표 직전 “참여정부도 민간인을 사찰한 게 나올 테니 (현 정권의 불법 사찰 내용과)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돌렸다. 청와대 의중을 일부 언론은 충실하게 반영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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