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이지윤 옮김, 아카이브 펴냄 스무 살 나이, 저자는 방광암에 걸렸다. 방광암이 주로 환경 때문에 걸린다는 건 수술이 끝난 후에야 알았다. 암이 발생하는 데 유전의 영향은 얼마 되지 않았다. 환경이 열쇠였다. 우리는 암 예방의 중심 요소로 생활방식의 개선을 다루는 반면 환경 요인은 하찮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유년 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일리노이 주로 돌아가 환경적 요인을 살핀다.  환경과 암의 관계를 증명하는 일은 늘 어렵다. 일단 시간이 걸린다. 2009년, 전역한 해병대원 17명이 유방암에 걸린다. 원인은 1980년대 초 해병대 캠프 식수에서 발견된 공업 용제였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일리노이 주도 옥수수의 3분의 1을 유전적으로 가공했고 그래서 더 많은 화학 제초제를 뿌렸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모든 게 다시 돌아온다는 진리를 확인한다. 우리가 만들고 버린 것들이 공기·물·흙·음식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무엇이 얼마나 해로운지도 알기 어렵다. 8만 종이나 되는 화학물질이 주변에 있지만 철저한 독성검사를 거친 건 단 2%뿐. 유럽연합에서 금지하는 유기염소계 농약 엔도설판이 미국에서는 토마토와 과일 재배에 사용된다. 책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 권리와 보호할 권리를 독자 스스로 찾게 만든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니컬러스 에반스 지음, 김기혁·호정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죽을지도 몰라.” 달라본어를 쓰는 앨리스 뵘은 말한다. 그가 죽으면 그가 쓰는 소수어도 소멸한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건 그 민족이 꾸렸던 문화와 사상도 실종된다는 의미다. 21세기 말에는 현존하는 6000개 언어의 반이 없어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니컬러스 에반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교수는 호주 원주민의 토착어를 연구해왔다. 언어가 침묵 속으로 사라질 때 공동체는 물론이고 학계가 입을 손실에 대해 생각하다 절망감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언어 생성과 소멸의 역사는 정치·종교 사상사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왔다. 선교에 기반한 미지의 언어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식민 통치에 착수하면서였다. 전혀 다른 이방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기록하려는 세계 최초의 체계적 시도였던 것. 이는 무명의 언어가 전체 인류 유산에 보태야 할 지혜가 얼마나 다양하고 심오한지 알려주었다.

 

한국 슈퍼로봇 열전 페니웨이(승채린)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한국 최초의 거대 로봇이 등장한 애니메이션은 〈황금철인〉이었다. 〈로보트 태권브이〉 〈황금날개 123〉 〈로봇킹〉 〈혹성로보트 썬더A〉 〈슈퍼마징가〉가 그 계보를 잇는다. 1970~80년대, 로봇 황금기에 유년기를 보낸 저자가 복기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연대기와 그 뒷이야기. 

 

 

집짓기 바이블 조남호 외 지음, 마티 펴냄 땅콩집 열풍을 일으킨 건축가와 기자의 두 번째 저작. 쇄도하는 물음에 아예 집짓기에 관한 바이블을 썼다. 건축주, 건축가, 시공업자 일곱 사람이 매주 모여 업계 비밀과 관례, 솔직한 비용과 90일의 시공일기 등을 이야기했다. 모든 답은 ‘좋은 집이란 뭘까’라는 고민 속에 있다.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부키 펴냄 미국판 ‘최저임금으로 살아보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본 저자의 경험을 담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가난해지는 워킹푸어의 현실. 우리만 그렇진 않다는 위안의 끝맛이 쓰다.

 

 

근대를 말하다 이덕일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지난 100년. 한국의 근대는 망국에서부터 시작했다. 핍박과 오욕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이 시대를 살피는 건 항상 불편한 일이다. 대한제국의 멸망부터 일제의 식민통치, 망명정부와 만주의 삼부통합운동을 인물·자료 사진 100여 장과 함께 다뤘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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