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후배는 세상 공부에 빠져버렸다. 취업 스펙을 쌓는 대신 ‘데모질’을 했다. 동기들은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연애를 할 때 속사랑만 하다 접기도 했다. 학생회장도 했다. 저 거창한 ‘386’도 아니면서, 도리를 다하고 싶다며 후배는 5학년 운동을 했다. 장교로 지원했다가 계급장을 달기도 전에 군대에서 붙잡혔다. 혼자 총대를 메 감방에 갔고, 다시 일반 사병으로 ‘곱복무’를 해야 했다.
제대하고 그는 취직도 했지만 진보 정치의 밭을 일궈보겠다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10년, 지금은 동네국수라는 마을 기업을 차렸다.
요즘 유행하는 잣대로 분류하면 후배는 ‘경기동부’이고 ‘당권파’라 할 수 있다. “경기 동부 맞잖아”라고 묻자, “전남 동부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웃음기는 금방 사라지고 목소리에는 힘이 쭉 빠졌다. 10년간 동네에서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후배는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정말 뭐가 진실인지 나도 궁금하다.” 지역 임시 사무국장이 그가 맡은 가장 높은 자리였던 후배에게 진보당의 출구 전략을 물었더니 “파국은 막아야 한다. 당원들 의사에 따라 지도부도 사퇴하고 근본적으로 다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인물 교체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굳이 따지자면 당권파라 불리는 ‘기적의 풀’이나 ‘국민 위의 당원’ 따위를 발언한 윗사람과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수익이 나면 독거노인을 돕는 마을기업의 든든한 후원자는 순천에 사는 부모이다. 매실액을 직접 담가 서울까지 보내준다. 조만간 동네국수에 들러 남도향이 물씬 풍기는 매실액으로 만든, 3500원짜리 비빔국수 한 그릇 먹어야겠다.
-
통합진보당 밀실이 열렸다
통합진보당 밀실이 열렸다
장일호 기자
숨 가빴던 나흘이었다. 3월20일 터진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문자 파동,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경기 성남중원 윤원석 전 〈민중의 소리〉 대표의 성추행 전력 파문, 현장 투표와 ...
-
‘경기동부’ 논란으로 트위터 세력 재편?
‘경기동부’ 논란으로 트위터 세력 재편?
이종대 (트리움 이사)
트위터의 정치 지형에 눈여겨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3월20일 무렵부터 보수 성향 트위터러들의 파상 공세가 ...
-
통진당, 대선 후보로 유시민 합의추대?
통진당, 대선 후보로 유시민 합의추대?
장일호 기자
반쪽의 승리였다. “통합은 인정받았으나, 지금 상태로는 정권교체 못한다는 게 냉엄한 민심이다.” 통합진보당(통진당) 당직자의 평가다. 통진당은 전체 13석(지역구 7석, 비례대표 ...
-
통진당, 13석 얻고도 얼굴 굳어진 이유
통진당, 13석 얻고도 얼굴 굳어진 이유
천관율 기자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성과는 역대 최고다. 13석은 민주노동당이 첫 원내 진출에 성공한 2004년 총선의 10석을 뛰어넘는 최대 의석이다. 13석은 국회 상임위 13곳에 최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