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의상은 봄꽃보다 화사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4월19일 서울 성북구가 마련한 사회적 기업 투자설명회 자리에서 패션쇼에 나선 어르신 모델들이 주목을 받았다. 아마추어답지 않게 ‘나는 모델이다’라는 자긍심이 발걸음마다 담겼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 뉴시니어라이프의 ‘실버모델 교실’을 졸업한 회원이다.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66·앉은 이)는 2006년부터 실버모델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패션 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한 구 대표는 “노인이라고 꿈이 없는 게 아니다. 패션이라는 문화를 키워드로 누구나 간직한 꿈을 후반전에 실현시키는 게 모델 교실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구 대표 자신도 실버 세대이기에 회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잘 안다. 그녀는 보건복지부와 성북구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성북구에 사는 50세 이상 주민 가운데 정부 바우처 지원 대상자는 6만원만 내면 16주 동안 모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여성 회원도 많지만 열정은 ‘청일점’ 남성 회원이 더 뜨겁다고 한다.

실버모델 교실을 졸업하면, 직접 패션쇼 모델로 설 수도 있다. 멀리 수원이나 분당에서도 회원들이 수업을 받으러 오면서 최근 성북구뿐 아니라 강남구 대치동에서 모델 교실을 열었다. 구 대표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전반전보다 인생 후반전이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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