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4월17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곽 교육감은 1심에서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 2부(재판장 김동오)는 이날 “곽 교육감에게 실무진 간 금전 지급 합의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교육감 선거의 후보자 사후 매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하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1심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곽노현 교육감 측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박명기 교수를 살리기 위해 선의에서 돈을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명기 교수는 카드 돌려막기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고, 사채업자들의 압박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혐의로 곽 교육감과 함께 법정에 섰던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는 “곽 교육감은 선거와 당선 이후까지 한 번도 매수를 시도한 적이 없다. 돈을 주자고 주장한 사람도 곽노현이 아니라 나다”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받았다. 대법원은 1·2심처럼 사실관계나 형량을 따지지 않고 하급심이 적용한 법률이 맞는지 유·무죄 여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곽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구속될 확률이 매우 높다. 법원이 재판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은 7월께 나올 가능성이 크다. 2심 선고를 받은 4월17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를 만났다.


ⓒ시사IN 백승기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과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건넨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왼쪽). 둘은 검찰의 기소 내용이 대부분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다.

곽노현:재판부가 벌금형에서 징역 1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놀라운 일이다. 설명도 납득도 안 된다. 사실관계가 달라지거나 범죄 혐의가 추가된 게 없다. 이것은 굉장한 모순이다. 선행으로 한 일이, 결국 법률적 유죄가 되어버렸다.

2심 선고가 있기 전부터 형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곽노현:재판 중간에 정기인사로 인해 재판부가 바뀌었다. 법리를 다툴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강경선
:1심 재판부는 “곽노현은 2010년 5월19일 오전에 유 아무개로부터 후보 사퇴 대가를 3억5000만원으로 하자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거절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5억원을 지급하자는 합의를 승낙했을 리가 없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곽노현은 후보 단일화 당시 박명기가 조건 없이 명분을 위해 사퇴하였다고 알았던 것으로 인정된다”라고 판결문에 적고 있다. 곽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 사실을 몰랐다는 것과 매수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2심 재판부도 인정했다. 그런데 사후에 도와준 돈을 단일화와 연관 있을 거라고 해서 사후 매수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단일화를 위해 사전에 금전적 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인정했다면 후보자 매수가 아니라는 것 또한 인정했다는 뜻 아닌가?

강경선: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조항인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를 '사전 약속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해석을 ‘사전 약속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고 적용한 것이다. 이는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다. 이른바 사후 매수는 언어적으로 난센스다. 예컨대, 내 소유에 이미 속하는 물건을 내가 다시 매입할 수 없듯이, 이미 사퇴해버린 자는 후보자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으며, 팔려고 해도 누가 사지 않는다. 사퇴하기 전의 후보자 지위만이 정치적·경제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사IN 조남진곽노현 교육감이 4월18일 항소심 선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곽노현:사전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이전에 뭔가 약속을 해야 한다. 직접 하든, 제3자를 통해서 하든. 그것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거나 나중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매수가 성립된다. 재판부는 ‘사전에 합의한 사람이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항소심 판결에는 매우 재미있게도, 두 번이나 이런 표현이 나온다. “돈을 준 것이 5·19 동서 합의(동서 사이인 박명기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과 곽노현 후보의 회계 담당자가 가진 사적 합의)하고는 무관하다.”

선거 전에 합의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 주변에서도 없었나?

곽노현:이번 항소심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로 곽노현이 5·19 합의를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나중에 돈을 제공한 것은 5·19 합의 이행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가성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곧 ‘매수는 아닌데 대가성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매수가 아닌데, 어떻게 사퇴 대가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1·2심에서 기소한 팩트가 바닷가 모래성처럼 다 무너졌다. 검찰이 기소한 것 중 남아 있는 것은 ‘대가성’이라고 주장한 것 외에 없다.

강경선
:법의 자의적 해석이 과도하다. ‘대가성을 인식했다’라는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대가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은 인식한다’고 했다. 곧 곽노현에 대한 판결은 후보 매수가 아니라 ‘대가성의 인식’에 대한 것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죄명은 ‘사후 매수죄’다. 사후 매수죄가 되려면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 아무 약속 없이 돈을 주었으니 매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후 매수죄가 되어버렸다.

‘사후 매수죄’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강경선:이 조문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유권자 매수는 있지만 후보자 매수죄는 없다. 후보 단일화 과정은 후보자들 간에 자연스러운 경합 과정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인해 사후 매수죄로 처벌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곽노현
:1심과 같이 2심에서도 ‘(후보자 매수에 대한) 사전 약속을 했다’ ‘직접 또는 제3자를 시켜서 했다’는 기소 내용은 무너졌다. 그래도 ‘대가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죄’라고 판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나 돈 주면 처벌하겠다는 것 아닌가.

나중에라도 당선자가 낙선자를 도우면 대가성이 있다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곽노현
:선거 연관성을 100% 대가성으로 등치시켰다. 법의 분별력을 믿는 우리에게는 납득이 안 간다. 사기죄가 되려면 사기 행위가 있어야 하고,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절도 행위가 있어야 한다. 사후 매수가 있으려면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없다고 인정하고는, 사후 매수는 성립한다고 했다. 판결문 1심 200쪽, 2심 50쪽을 다 읽어봐도 모르겠다. 곽노현과 강경선이 한 행위 중에 파렴치한 행위가 있으면 지적해보라. 파렴치한 범죄행위, 부끄러운 행위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벌줘야 하는 행위가 있는가.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강경선
:박명기 후보가 사퇴하기까지 곽노현에 의한 후보 매수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박명기 후보가 그동안 지출한 선거운동 비용 7억의 손실을 고스란히 안고 가지 않도록 하자’는 약속이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곽노현은 모르게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더욱이 합의 형태를 보면, 박명기 교수가 곽노현 교육감을 먼저 찾아간다. 일반적으로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 지위를 유지하는 자가 ‘돈을 줄 테니 사퇴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돈을 준 것이 문제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돈을 주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강경선:가장 중요한 사실은 곽노현이 돈을 주자고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양쪽의 꼬인 문제를 풀다보니 박명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와주어야겠다 싶어서 곽노현에게 돈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줘야겠다고 한 것은 나다. 검찰의 논리는 모든 사건에 내가 공모하듯이 끼어들었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꿰어 맞추면 곽노현 교육감은 유죄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 매수죄라면 곽 교육감보다는 내가 형량이 더 높아야 한다. 사후 매수는 돈 주자는 사람이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강경선이 박명기를 알게 된 시점은 박명기가 후보도 아닌 시점이기 때문에 사후 매수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곽노현은 교육감인 만큼 사회적 명성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비(非)법적인 논리까지 작동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출범 때부터 보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는 평을 듣는다.

곽노현:언론이 ‘곽노현 죽이기’에 나섰다. 언론이 그렇게 지적하던 진보 진영의 공동자금이 과연 어떤 돈인가?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는가. 〈동아일보〉는 2011년 9월2일자에 “강경선 ‘2억 단일화 대가 맞다’”라는 제목을 뽑았다. 강경선 교수는 이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 박명기 교수는 검찰에서 사퇴 대가로 받았다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기사 본문과 제목이 서로 다른 왜곡 보도였다.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공정택 전 교육감과 달리 이들 언론의 집중 견제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곽노현:과연 잘못한 일을 했는지 돌이켜보곤 한다. 모든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그래서 작은 합리적인 이유라도 발견되면 과감히 수용하고 나은 모습을 보이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확신한다. (교육감이 된 뒤) 해온 일은 교육의 본질을, 민주사회에서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을 되찾는 일이었다. 체벌 금지든 학생인권조례든 민주 사회로의 대전환을 의미할 뿐 아니라 공교육의 새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7월이면 대법원 판결이 날 것 같다. 구속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곽노현:우선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최고 사법기구답게 사후 매수죄의 문제점을 제대로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대법원을 믿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당하고 꿋꿋하게 교육개혁의 소임을 다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서울의 135만 유권자, 정책에 성원을 보내준 수백만 시민,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재판 여파로 곽 교육감이 교육행정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곽노현:흔히 곽노현 하면 무상급식,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이런 것들이 떠오르실 거다. 하지만 또 하나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점이, 그동안 꾸준히 늘려온 혁신학교가 59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많은 연구학교, 시범학교가 있었지만, 이 학교들은 특정한 한 측면의 사업을 통해 부분적인 개선을 하는 것이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속되기 어려웠다. 또 승진 가산점이 얽혀 있어 이런 시도가 승진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학교 내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것이 수업 혁신, 생활지도 혁신, 돌봄 혁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며 지속성을 가지게 된다. 웃지 못할 일이, 보수 언론의 경우 교육면에서는 혁신학교를 다뤄주지 않는데 부동산면에 기사가 나온다. 혁신학교 주변 집값, 전셋값이 오른다고(웃음). 이러한 혁신의 물꼬가 큰 물줄기를 이룰 수 있도록, 교육감으로서 내게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려 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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