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주점이 들어선 흥덕구 가경동 1696번지 일대는 신시가지이다. 주변 반경 1㎞ 이내 4만3386명이 거주한다. 1㎞ 반경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압도적이다. 전체 1만5036가구 가운데 1만2890가구가 아파트에 살며, 아파트 외 빌라·단독주택은 2146가구이다. 홈플러스 청주점의 상권 역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셈이다.

1㎞ 이내 고등학교 1개, 중학교 3개, 초등학교 3개, 유치원 4개가 분포되어 있다. 10세 이하 5358명, 그리고 10대가 7367명인 점을 감안하면 문구점 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권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 청주점 반경 1㎞ 이내에는 슈퍼마켓, 편의점, 문구점, 정육점, 채소 가게 59곳이 영업 중이었다. 일단 2009년과 2012년 3년 사이, 반경 1㎞ 이내 점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메이트 김동근 이사는 “홈플러스 청주점이 처음 개장한 2004년 데이터가 없어서 비교하지 못했지만, 2009년 기준으로 삼으면 1㎞ 이내는 적자생존으로 살아난 업체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시사IN 자료청주 지역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에 밀려 문닫은 소규모 슈퍼마켓이 늘고 있다.

 


설문조사를 벌인 4월11일, 59개 점포 가운데 6곳은 휴무였다. 13개 점포는 설문조사를 거부했다.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은 한 슈퍼마켓 사장은 “2009년에 크게 싸웠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조사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며 손사래를 쳤다.


슈퍼마켓 점주 87% “큰 영향 받았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40명이 운영하는 업종은 슈퍼마켓이 16개, 편의점 10개, 문구점 9개, 정육점 5개였다. 이들에게 대형마트 입점에 따라 체감 위기감을 물었다. 응답자 40명 가운데 32명(80%)이 ‘대형마트 입점으로 영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24명(60%)은 ‘아주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 교차 분석을 해봤더니 슈퍼마켓과 문구점 점주의 체감 위기감이 가장 높았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16명 가운데 14명(87.5%)이 ‘아주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조금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2명(12.5%)이었다. ‘보통’이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문구점 점주도 응답자 9명 가운데 6명(66.7%)이 ‘아주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았고, 3명(33.3%)이 ‘조금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반면, 설문에 응한 편의점 운영자의 체감 위기감은 낮았다. 응답한 10명 가운데 3명(30%)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았고 ‘보통이다’로 응답한 이도 3명(30%)이었다.

체감 위기감이 업종에 따라 다른 데는 점포 운영 기간과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설문에 응한 40명 가운데 점포 운영 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이 23명(58.9%)이었다. 체감 위기감이 컸던 슈퍼마켓 점주는 10년 이상이 3명, 6~10년 4명, 3~5년 사이가 1명으로 대부분 장기 운영자였다. 문구점 점주도 역시 장사한 지 1~2년 됐다는 응답자는 2명밖에 안 되었고 3~5년이 2명, 6~10년 3명, 10년 이상이 2명이었다.

장사를 오래한 점주 중에는 홈플러스가 처음 상륙한 2004년 6월의 ‘악몽’을 지금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9년째 푸른주공마트를 운영하는 김건하씨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니까 한 달 안에 정말 절반으로 고객이 떨어져나갔다”라고 회상했다.

 

 

 

 

 

 

 

 

대형마트와 다른 틈새 시장을 노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체감 위기감이 낮았던 편의점 점주(10명) 가운데 60%(6명)는 홈플러스가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뒤 가게를 열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청주점 영업면적은 1만3200㎡(4000평),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이다. 홈플러스와 비교해 설문에 응한 골목 상권 점포 규모는 34~66㎡(10~20평) 사이가 16명(43.2%)으로 가장 많았다. 67~99㎡(20~30평)이 12명(32.4%), 100㎡(30평 이상)은 5명이었다.

이들이 생존을 유지한 비결로는 자기 매장을 소유한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운영 형태를 물었더니 40명 가운데 점포를 소유한 자가 운영이 17명(43.6%)이었고, 월세를 내는 임차 운영이 22명(56.4%)이었다(1명은 응답 거부). 점포를 소유하며 문구점을 운영한다는 한 사장은 “장사를 안 하고 싶은데 점포가 안 나간다. 마트 때문인지 세를 놓아도 폐점률이 높아서 가게를 그냥 비워둘 수 없어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6명(70.3%)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부부 등 가족끼리 점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점주는 11명(29.7%)이었다(3명은 응답 거부).

설문에 응한 이들은 대형마트에 맞서 가격 경쟁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대형마트에 맞서는 영업 전략을 물었더니, 대형마트보다 싸게 판다는 응답은 3명에 그쳤다. 응답자 10명은 영업 전략 자체가 없다고 했다. 9년째 문구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싸게도 팔아봤는데 상대가 안 되더라. 아예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이들이 많아 단골고객 관리가 26명(86.7%)으로 가장 많았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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