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의 이란 위기에서 아쉬움과 곤혹스러움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지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쉬움의 근거는 이란인이 보여준 한국 사랑이다. 이란 한류는 익히 알려진 대로 유명하다. 사극 〈주몽〉의 시청률이 자그마치 90%에 이르고 모든 한국 남성은 주몽, 여성은 소서노로 불릴 정도다. 주몽을 보지 않은 10%는 평소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 사람이니 실제 시청률은 100%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삼성과 LG의 전자제품, 거리를 가득 메운 구형 프라이드, 그리고 관세 100%임에도 수입되어 거리를 누비는 현대와 기아 자동차들. 중국 대신 한국이 이란 내 각종 건설 사업에 참여하길 바라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7배 크기, 7000만 인구를 지닌 이란은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복덩이이기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LG전자 제공LG전자의 이란 광고 모델이 된 송일국씨(오른쪽).

아쉬움과 함께 느껴야 하는 곤혹스러움은 북한과 이란의 군사 및 핵 협력 관계 때문이다. 북한은 1973년 중동전쟁 때 미그기 조종사를 파견해 이집트를 도와 전쟁 초기 이스라엘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때 이집트는 북한에 감사 표시로 옛 소련이 북한에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던 스커드 B형 미사일을 선물로 주었고, 북한은 이를 개량해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반미 노선의 이란에 팔아 그 수익으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종잣돈을 마련했다. 이란의 샤하브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의 모체는 바로 북한 미사일이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반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해방 독립운동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건네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기술이 북한제다.

또 북한 기술자 200여 명이 이란 핵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될 정도로 북한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핵 관련 거래를 비밀리에 지속해왔다는 여러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북한을 주시하는 이유도,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이란 문제와 북한 문제는 연결돼 있다”라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배경도 모두 바로 이러한 북한·이란의 밀접한 군사관계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는 결국 북한도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란 핵 위기는 우리가 경제 이익만을 앞세워 국방 안보를 경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참으로 곤혹스럽다.

기자명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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