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눅눅한 손.’ MBC 이상호 기자(사진)는 공익 제보자의 손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의학 관점에서 보면, 울분이 차 있는 사람 손의 공통된 특징이다. 공익 제보자 모임에 가서 악수를 하다보면 비슷비슷한 손을 잡게 된다.”

〈시사매거진 2580〉 같은 고발 프로그램을 주로 맡던 이 기자에게 제보자는 곧 출입처였다. 다양한 내부 고발자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제보 후의 삶’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개 비슷했다. 색출→고립→왕따→적출→소송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삼성 엑스파일 폭로부터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취재 도중 체포당하는 등 세상이 감춰두거나 잊은 사실을 폭로하는 데 앞장섰던 그는 언론인으로서 책임을 느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그래서 내부에 언론사 공동기금을 만들어 제보자를 돕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언론은 사회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는 반대 때문이었다. 이 기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렇다면 고발 프로그램은 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납득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2003년 1월 자신의 저서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 인세 전액을 들고 아름다운재단 문을 두드렸다. 그 돈이 밑천이 되어 ‘소금창고기금’이 만들어졌다. 이듬해부터 공익 제보자 시상도 이루어졌다. 매년 수상자를 정해 상금 300만원을 주는 등 공익 제보자를 위해 쓰인다.

소금창고기금 마련을 위한 ‘나는 반대합니다’ 캠페인에는 1월25일 현재 52명이 함께했다. 이 기자는 “공익 제보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캠페인 참여자 100명에게는 올해 12월 열리는 ‘공익 시상식’에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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