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대한 중국의 이념 반격이 시작되었다. 2011년 베스트셀러 톱 10에 오른 장웨이웨이의 〈중국의 물결:문명형 국가의 흥기〉는 인류사에 ‘예외적 문명’으로서 중국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독창적 저서이자, 기득권자인 서방에 던진 도전장으로 평가받는다.

저자 장웨이웨이는 푸단 대학을 졸업한 뒤 스위스 제네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 개혁·개방을 이끌던 덩샤오핑 주석의 영어 통역사로 활약했다. 현재 그는 스위스 제네바 외교·국제관계대학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푸단 대학과 칭화 대학 객원교수로 있으며, 중국 외교 전략의 DNA 제조자로 통한다.


ⓒReuter=Newsis금융 중심가인 상하이 푸둥의 풍경.

〈중국의 물결〉은 중국의 정치 후진성에 대한 서방 비평가들의 거친 비난을 반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세계의 예외적 문명으로서의 중국’, 일명 ‘중국 예외론(Chinese Exceptionalism)’을 편다. 그 핵심은 ‘중국은 질적인 면에서 여타 국가들과 다르고’ 문명형 국가인 중국의 흥기는 필연이란 논리로서, 중국 모델이 서방 모델보다 우월한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정치발전 면에서 ‘선발’과 ‘선거’를 결합한 중국 모델이 선거 만능의 폐해를 노출하고 있는 서방 모델보다 우월하며, 사회발전 면에서 중국은 사회·국가가 마찰을 빚는 서구 모델과는 다른 사회·국가가 상호 발전하는 모델을 탐색 중이고, 또 경제발전 면에서도 서방의 ‘완전 시장경제’ 모델과는 다른 ‘인본경제’와 ‘시장경제’가 상호 결합된 ‘혼합경제’ 모델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나아가 완성에 수렴해가는 이 중국 모델의 총체적 경쟁력이 서방은 물론 전 세계에 쇼크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물결:문명형 국가의 흥기장웨이웨이 지음상하이인민출판사 펴냄
미국의 견제에 대한 반발도 작용

이런 독창적 주장 때문일까. 장 교수 일정이 바빠졌다. 지난해 11월 그는 1990년 초 〈역사의 종언〉에서 동유럽·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예리하게 통찰한 프란시스 후쿠야마와 ‘근대국가’를 주제로 열띤 논쟁을 벌였다. 또 지난 1월 중순 저자는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의 테이무어 나빌리와 ‘중국 모델’에 관해 대담을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 (중국) 지도부는 대외정책에서 신중하고 온건하다. 이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실제적으로 서방 이익에도 기여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인들의 중화주의 자존심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바야흐로 미국 오바마 정권은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국을 점차 압박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국의 물결〉은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세계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경제대국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여전히 ‘정치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현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 자본주의 모델에 맞설 대항 이데올로기로 중국식 혼합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자명 정다원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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