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커의 몰락은 저명한 독일의 ‘비즈니스 코치’인 마르틴 베를레가 지난해 출간한 저서 〈나는 정신병동에서 일하고 있다〉에서 이미 예견한 바다. 슐레커는 임대 근로자 고용이라는 ‘꼼수’를 통해 종업원들의 임금을 착취해온 ‘악덕업체’였다. 구조조정을 한다며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한 뒤 비밀리에 자회사로 설립한 고용 알선회사를 통해 인력 채용 광고를 낸 뒤 몰려든 전 직원을 법정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최저임금 조건으로 고용, 지출을 절감하는 수법을 써오다가 회사 오너 부부가 사법처리를 당한 경력도 있는 회사다.
〈나는 정신병동에서…〉는 ‘경영 합리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를 협박·착취하고 해직시키며 회사를 사유물처럼 운영하는 경영주가 있는 회사를 ‘정신병동’으로 명명한다. 지난해에 출간된 후 36주 동안 시사 주간지 〈슈피겔〉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5위권 안에 머물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직장을 찾는 구직자, 이미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고참 회사원 등을 상대로 기업체가 지닌 불합리성과 갖가지 교활한 착취 수법, 경영 불투명성, 경영의 전근대성을 헤집으며 수많은 ‘정신병동’의 내부 실상을 이들에게 까발려 보인다. ‘유럽의 모범생’ 독일에서 개발도상국가에서나 벌어질 법한 갖가지 부조리가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독일 기업체의 어두운 구석들을 비춘 것이다.
가족 기업 오너들 ‘호네커 효과’
함부르크 근교에서 직업 컨설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언론인 출신 마르틴 베를레는 〈내 사무실 속의 적〉 〈당신의 급료 인상을 위한 30분〉 등 저서 10여 권을 통해 기업 경영자가 노동자 수를 감축하고 급료를 낮추기 위해 벌이는 각종 책략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저자는 이른바 ‘호네커 효과’에 빠져든 기업 오너들을 규탄한다. 옛 동독공산당 서기장인 에릭 호네커는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총알 한 방으로 사슴 다섯 마리를 잡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빛나는 기록은 호네커의 부하들이 거대한 동물공원 사냥터로 그를 안내해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가족 기업의 오너들이 이처럼 겉의 성과물에만 자족하면서 회사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병들어가는지 모르고 있는 예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나는 내가 일하는 회사와 결혼했다”라고 강조하는 열성 회사원에게도 “과연 그런 회사가 정말로 투명하고 건실하고 인간적인가를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그는 이 책에서 회사가 경영 건전성을 지녔는지를 평가하는 테스트 설문 25개항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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