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즉 과거의 모델과 접근법, 구조를 재부팅하거나 구조적인 마비 혹은 붕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33쪽)

나는 올해와 내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 바로 위의 인용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올해 5월 출간된 책에서 돈 탭스코트가 던진 예언적 화두로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혁명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 책은 그저 올해 최고의 책이 아니다. 성급하게 보이겠지만 난 내년 〈시사IN〉 선정 최고의 책으로 미리 이 책을 동시에 추천한다.

[매크로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 외 지음, 김현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생각해보면 올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현상들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중동 민주화 혁명, 월가 점령 시위,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 〈나는 가수다〉 현상,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현상…. 그 공통점은 바로 엘리트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만들어가는 협업 혁명이다. 중동과 미국의 혁명은 과거와 달리 소수 열정적 엘리트의 지휘가 아니라 집단 지성의 공통된 전략, 메시지, 행동의 승리이다. 안철수는 과거 귀족주의적 엘리트들과 달리 시민이 주도하는 기부 혁명을 시도한다. 그의 지원을 받았던 박원순 후보는 ‘공감과 동행’이라는 말로 이 혁명의 성격을 탁월하게 정의했다. 최근 탁월하게 성공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그 방식에서 집단 지성의 선택을 반영하거나(〈나는 가수다〉) 내용 자체가 집단 지성의 혁명(〈뿌리 깊은 나무〉의 한글 혁명)에 대한 통찰로 빛나는 것이 많다.

돈 탭스코트는 사실 이미 전작인 〈위키노믹스〉를 통해 집단 지성의 협업에 의한 기술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간은 이 현상이 저자인 자신도 경악할 정도로 단순히 기술혁명을 넘어 포괄적인 사회적 빅뱅으로 연결되는 양상(매크로 위키노믹스)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제 재난 구조·정부·교육·의료·금융·과학·국제외교·문화 등 사회 전체가 기존 엘리트주의 방식이 아니라 매크로 위키노믹스로 움직인다.

이 매크로 위키노믹스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현기증 나는 연결 속도가 곧 집단 지성의 혁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교과서는 새로 쓰여야 한다. 이 책은 바로 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교과서로의 첫 출발이다. 이 교과서의 본격적 집필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갈 것이다. 올해와 내년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저자는 바로 ‘우리’이다.

그 밖의 추천도서:〈가격 파괴의 저주〉 〈세계경제 위기의 기원〉 〈폴트 라인〉

알라딘 추천 마법사가 안병진 님께 권하는 책
〈많아지면 달라진다〉 클레이 셔키 지음/갤리온 펴냄
〈가격은 없다〉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동녘사이언스 펴냄
〈달러 제국의 몰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북하이브 펴냄

기자명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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