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이라고 하면서 없어져야 할 것으로 비판했지만 종교는 더 번성하고 있다. 큰 불상이 세워지고 큰 교회와 성당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그러나 그것이 종교의 참된 길일까? 기독교는 사랑을, 불교는 자비를 내세운다. 달라이라마의 표현은 더 쉽다. 최고의 종교를 ‘친절’이라고 부른다.

예수도, 부처도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따뜻함을 베풀고 위안을 주셨다. 이 땅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참 종교인이 많이 계시다. 대표적인 분이 문정현 신부일 것이다. 문 신부는 용산참사 당시 현장에서 유가족과 동고동락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있어달라면 함께 있어주는 것이고 저 사람들이 싸우면 함께 싸우는 게 내 일입니다”라고 담담히 말씀했다. 불교의 보살이 따로 없다.

[당신의 이름은 사랑] 이태석 지음, 다른우리 펴냄
그리고 이태석 신부가 있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앞길이 보장된 사람이 편한 길을 버리고 사제가 되어 멀고도 먼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로 갔다. 그는 섭씨 40도가 넘고 먹을 것조차 변변치 않을 정도로 척박하며, 25년간 남북으로 갈려 치열한 내전을 겪은 상처투성이의 수단 남부 톤즈라는 마을에서 삶의 희망을 꽃피우게 했다.

그가 한 일은 병원을 세워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만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던 그들의 친구, 그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아픔을 안아주었다. 〈당신의 이름은 사랑〉은 사제로서 그 시절에 한 강론을 모은 책이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라는 책과 더불어 이 신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아름다움과 감동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나환자 마을에서 겪은 이야기다. 한 어머니가 예닐곱 살 된 딸을 데리고 와서 진료를 했는데 다행히 나병이 아니라 피부병이었다. 이 신부가 어머니와 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자 이들은 기뻐하지 않고 도리어 서운해했다. 나병으로 판정받으면 강냉이와 식용유를 배급받게 되는데 그러질 못하기 때문이란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딸이 나병에 걸리길 바랄 수밖에 없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인가? 참으로 가슴 아프다. 많은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사는 우리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 밖의 추천도서:〈현문우답〉 〈몰입〉 〈신은 위대하지 않다〉

알라딘 추천 마법사가 명진 님께 권하는 책
〈그 안에 사랑이 있었다〉 차동엽 외 10인의 신부 지음/마음의 숲 펴냄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남지심 지음/모루와정 펴냄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알랭 드 보통 지음/청미래 펴냄

기자명 명진 (단지불회 회주·전 봉은사 주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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