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대는 경제위기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애틀에 사는 크리스 베넷 씨(29)는 워싱턴 주립대학 영문학과를 나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던, 나름 잘나가던 청년이다. 그의 인생에 문제가 생긴 것은 경제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2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해직되면서부터이다. 그동안은 실업수당으로 간신히 버텨왔는데 이제는 그마저 힘들다. 99주간만 실업수당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같이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을 ‘나인티 나이너스(ninety niners)’라고 부른다. 그나마도 끊기니 앞으로가 막막하다.”

현재는 부모 집에 얹혀살며 틈틈이 컴퓨터 관련 아르바이트로 월 500달러 정도를 번다. 미국에서는 보통 만 18세가 되면 자녀들이 독립하지만 크리스 씨는 부모 집에서 나갈 방법이 없다. “비싼 아파트 임차료를 감당 못함은 물론이고 내가 먹을 음식조차 사기 힘들 것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그는 만성천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병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Reuter=Newsis샌프란시스코 시에 있는 일자리 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는 비단 크리스 씨뿐 아니라 많은 미국 청년이 겪는 현실이다. 이들 중에는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많다. 오리건 주립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케리 피셔 씨(26)는 “19 50년대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 전반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고 우리 자리는 없다. 대학을 졸업한 지 4년째인데 내가 쓴 이력서만 해도 수백 장은 될 것이다”라고 하소연했다.

1950∼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20세기 후반 경제발전의 전성기를 마음껏 누려온 데 비해 이들의 자녀 세대인 20대 젊은이는 구직난과 재정난에 허덕인다. 부모의 풍요로운 생활을 보고 자란 만큼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옛날 기성세대에게는 저렴한 대학 등록금과 풍족한 일자리, 심지어는 연금도 보장돼 있었다. 그런데 경제위기의 대가는 엉뚱하게도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20대 젊은이들이 치러야 한다. 경제정책에 실패해 위기를 초래한 정치인도, 무분별하게 파생상품을 판매해 시장을 교란시킨 금융사도 이 상황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급여를 동결하는 구실로 삼는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20대는 이 모든 영향을 온몸으로 견디는 불운한 세대가 되었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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