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기자는 이상득 의원과 그의 아들 지형씨(45)가 소유한 내곡동 땅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9월15일 한 제보자의 도움으로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33)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 능안마을 땅을 사들인 것을 확인했다. 500m 떨어진 곳에 이상득 의원의 땅이 있었다.
확인해보니 시형씨는 대통령실과 함께 땅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직계 가족에 대한 경호법을 살펴보았다. 대통령 경호실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취재도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대통령 아들이 집을 사는 데 청와대가 나선 전례는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법에도 그런 구절은 없었다. 참여정부 사저 책임자를 포함해 관련자에 대한 최종 확인을 마친 것이 9월20일께였다.
내곡동 땅 매입 사실을 알게 된 뒤 기자는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내곡동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먼저 했다. 하지만 내곡동 사저는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무엇보다 아들 명의로 사저 터를 산다는 것은 명백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 이 대통령과 아들 모두에게 5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아들 명의로 구입한 집을 아버지가 다시 사들일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도 두 번 내야 한다. 부자간 매매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도 발생한다. 그뿐인가. 사저가 들어선다면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지어야 하는데 대통령이라고 그린벨트에 집을 지어도 된다는 법은 없다.
“전형적인 증여세 회피 수단”
이시형씨와 통화 과정에서 기자가 “(시형씨가) 살 집을 산 것이냐”라고 묻자 시형씨는 “맞다. 다 확인한 내용 아니냐”라고 했다. 경호실 관계자 또한 내곡동 땅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기자에게 “논현동 사저 인근에서 땅을 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부모 집을 담보로 아들이 대출받아 땅을 사고 이자를 아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시중에서 널리 이용되는 전형적인 증여세 회피 수단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이 땅을 퇴임 후 대통령 사저용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정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10월11일 이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장남 이시형씨 앞으로 된 내곡동 사저 땅을 매입 절차를 거쳐 즉시 대통령 앞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사저 땅 매입을 위해 논현동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시형씨는 내곡동 땅을 사기 위해 강남구 논현동 이 대통령의 사저 마당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7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시형씨가 사들인 땅값도 이치에 맞지 않다. 능안마을 주택용지는 평당 1600만원가량. 하지만 시형씨가 사들인 부지는 그린벨트 내에 홀로 서 있는 건물이다. 다른 부지에 비해 값을 더 얹어주어야 한다. 이 부근의 그린벨트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주변 상황과 연동되어 값이 정해진다고 한다. 지난 9월 기자는 내곡동 23-1을 사겠다고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게 접근했다. 시형씨 땅과 바로 붙어 있는 그린벨트 땅이었다. 평당 400만원을 요구하던 땅 주인은 평당 200만원에 팔 용의가 있다고 했다.
9월 중순 부동산 전문가 안 아무개씨는 “시형씨가 산 땅은 1종 전용거주지역으로 최소 평당 2000만원은 줘야 쥘 수 있는 땅이다. 주변 그린벨트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200만원 정도가 적정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능안마을 ㄴ부동산 한 관계자는 “국가가 사들인 땅의 총 가격이 50억원 언저리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가 40억원, 주위 그린벨트는 10억원가량 가격을 쳐주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 부동산은 시형씨가 땅을 사는 데 중개 역을 했다.
시형씨는 청와대 대통령실과 함께 내곡동 20-17번지(528㎡), 20-30번지(62㎡), 20-36번지(259㎡) 등 3필지를 공동 소유했는데, 그중 463㎡(140평)가 시형씨 몫이다. 시형씨 지분은 각각 20-17이 330㎡, 20-30은 36㎡, 20-36은 97㎡다. 그중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땅은 20-17(100평)과 20-30(12평). 시형씨는 20-17에 있는 건물 267㎡를 별도로 샀다. 시형씨가 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총 10억8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땅(평당 2000만원)과 건물의 가치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5억원은 된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말이 맞다면 무려 15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 그린벨트에 음식점 들어서
청와대는 총 2143㎡(약 648평)의 땅을 사들였다. 쓸모가 있는 땅은 20-17(대지) 198㎡, 20-30(대지) 26㎡ 등 약 68평에 불과하다. 대부분(580평)은 그린벨트에 묶여 있다. 넉넉히 잡아도 이 땅 전부를 합한 가치는 25억원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공동 보유한 3필지 중 시형씨 지분을 제외한 땅 등 전체 9필지(2143㎡)를 42억8000만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시형씨는 땅을 싸게 샀고, 대신 청와대에서 땅을 비싸게 사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용섭 의원은 “청와대에서 땅을 샀는데 아들은 조금만 내고 좋은 땅과 많은 지분을 받았다. 결국 아들 땅을 국가 예산으로 사준 셈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내곡동 땅은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시형씨가 사들인 땅은 ‘수양’이라는 고급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유 아무개씨 소유였다. ‘수양’은 내곡동 땅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뒤 지어졌다. 2006년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일 때 그린벨트가 풀렸고, 음식점이 들어서며 수십 배의 막대한 개발 이익을 보았다. 강남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저히 음식점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인데 개발되었다. 반포 서래마을에 있는 공원에 효성 건물이 들어선 것과 유사한 수법이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곡동 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풀어야 할 의혹이 첩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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