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류가헌 〈사과밭 사진전〉 신현림 시인, 사과밭을 찍다

태초에 이브가 딴 사과는 독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재배됐던 사과. 그에 대한 단상도 다양하다. 신현림 시인은 〈나무의 힘〉의 저자 야스민 미하엘 라이트의 말에 공감했다. ‘사과는 자기 안에서 고향을 찾고 이 세상이 아늑한 집이 되도록 형상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신현림 시인이 경북 봉화와 충남 예산 사과밭을 7년간 수시로 드나들며 느낀 점이다. 시인은 탐스럽게 익은 빨간 사과밭 옆에 집을 차리고 싶었다. ‘시원의 향기를 간직한 지구의 상징’으로 사과밭을 해석했다. 그 7년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았다. 류가헌에서 열리는 〈사과밭 사진전〉에서 볼 수 있다. 20여 점의 사진에는 빨간 사과와 초록색 잎, 사람이 동시에 담겨 있다. 맨발로 자주 모델이 됐던 딸 서연이도 훌쩍 커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2004년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이후 세 번째 개인전이다. 10월4일 오프닝에 참석한 시인들은 이러다 시는 언제 쓰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 10월16일까지). 

■더 핀 〈올해의 앨범〉 발랄한 비트, 무심한 목소리

새벽 3시, 4차 술자리에서 ‘댄스 위드 언 인디언(Dance With an Indian)’을 처음 듣고 외국 밴드인 줄 알았다. 1집 ‘비틀스 오버 제플린(Beatles over Zeppelin)’으로 주목받았던 더 핀(The Finnn)이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냈다. 타이틀곡 ‘첼로’의 가사에는 느낌표가 많다. ‘아하! 아까운 꿈인 거야 눈을 뜨고 나면 허! 아쉬움뿐인걸 다시 잠을 깨니 어지러운 사람들과 끈적이는 도시 소리뿐 나의 꿈은 어디에. 깨는 것이 두렵다.’ 제목이 왜 첼로인지는 끝내 알 수 없지만 발랄한 비트와 무심한 목소리는 들을수록 중독성 있다. 1집 당시 1인 밴드에 11~12명이던 객원 멤버들을 뒤로하고 안정적인 객원 멤버를 맞았다. 이번 앨범의 프로젝트 멤버다. 임장현(보컬·기타), 이향익(기타), 류명훈(드럼), 이성희(베이스). 임장현은 “우리는 가끔 가다 여러분께 일본산 감자과자를 받아도 네 명이서 나눠먹고 초콜릿 무스도 4등분하며 겉에 어려운 한자가 쓰인 처음 보는 음료수를 받아도 네 명이서 돌려가며 마십니다”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 예술의 전당 ‘엘 시스테마’ 내한 공연

올봄 일본에 밀려든 쓰나미는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의 감동도 앗아갔다. 일본과 한국, 중국 공연 스케줄을 잡았던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는 공연 계획을 취소했다. 불량 청소년을 음악을 통해 교화시키고 꿈을 품게 만드는 ‘엘 시스테마’의 기적과 남미 특유의 흥겨운 음악적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했던 음악팬들은 이들을 다룬 다큐 영화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들이 약속을 지켰다. 하트하트 재단 후원으로 어렵게 한국 공연 스케줄을 잡았다. LA필 최연소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한 ‘엘 시스테마’의 음악적 경쟁 시스템, 주먹이 아니라 음악으로 싸우고 남이 아닌 나와 싸우자는 창립자 아우레브 박사의 ‘플레이 앤드 파이트(Play & Fight)’ 정신을 직접 느낄 수 있다(10월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10월26일 이화여대 대강당). 

■ 아트센터 나비 ‘이이남 개인전’ 〈명화가 살아 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한국 미디어아트의 요람 ‘아트센터 나비’가 10년의 내공을 걸고 선택한 미디어 아티스트는 이이남 작가였다.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이 작가를 위해 아트센터 나비가 개관 후 첫 개인전 문호를 열어주었다. 이 작가의 작품 콘셉트는 간단하다. 명화를 살려내는 것이다. 김홍도·김정희 등 우리 전통 회화와 모네·고흐 등 서양 회화 속 인물을 살려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풍경으로 변하는가 하면, 모네의 ‘인상, 해돋이’와 소치 허련의 ‘추경산수화’가 만나 동서양의 융합을 꾀한다. 김홍도의 ‘묵죽도’ 대나무는 바람에 휘날리고 쌓인 눈에 구부러진다. 명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는 말했다. “내 그림 앞에서 5분 이상 머물게 만들겠다.”(서울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 11월4일까지) 

■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우리는 강이다’

10월15일, 4대강 사업으로 땅을 수용당한 유기농 단지, 두물머리에서 가요제가 열린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나는 이곳은 유기농 딸기체험으로 유명하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던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부터 일터와 집터를 지키기 위해 2년째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 땅에 작물을 심으면 불법이다. 지난해와 올해 가을에 김장배추를 심었고, 올봄에 감자를 심었다. 무대 이름은 거기서 따왔다. 두물머리 농민을 도왔던 많고 많은 음악인이 출연한다. 다 나열할 거다. 쏭의 빅밴드, 블루스맨인두물머리, 하헌진, 씨없는 수박 김대중, 낮은2해, 1000/40, 모래, 바리케이트톨게이트, 무키무키 만만수, 푼돈들, 해원, 이재훈, 엄보컬김선수, 솔가, 그릇, 두물머리 리틀엔젤스, 봄눈별, 중간의 밴드, 이발사와 이상순, 한동준. 라인업 완료. 노 리스펙트 포 뷰티, 파블로프, 아폴로18, 야마가타트윅스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쾅프로그램, 꿈에카메라를가져올걸, 멍구밴드, 악어들. 헉헉…. 부대 행사로 먹거리 장터, 심야영화제, 두물머리 도슨트, 각종 부스 등이 마련된다. 티켓은 예매 1만원, 현장 판매 1만5000원이다(http://riverun.org/dmf). 

■ 예술극장 나무와물 〈노인과 바다〉

제작진이 ‘기적의 책꽂이’ 자원봉사자를 초청했을 때 조금 주저했다. 고전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라 고답적이고 다소 지루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자칫 공연 보는 재미를 잃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함께 관람한 중·고등학생들이 폭풍 웃음을 터뜨릴 만큼 재미있었다. 젊은 연출가 김진만씨가 이 연극으로 상을 휩쓴 비결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헤밍웨이 원작의 묵직한 주제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마당극 요소를 도입하고 대학로 히트상품인 ‘멀티맨’ 캐릭터까지 대입해 경쾌하게 풀어냈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탓하지 않고 꿈을 향해 노를 젓는, 포기해야 할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처참한 결과에 결코 실망하지 않는 노인의 모습을 따라가며 관객 또한 사자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서울 종로구 명륜동 예술극장 나무와물, 오픈런).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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