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 필립 고레비치 지음/강미경 옮김/갈라파고스 펴냄 분당 7명, 시간당 400명, 하루에 1만명이 살해되었다. 그렇게 100일간 100만명이 희생되었고, 인구의 10%가 줄었다. 다수족인 후투족이 소수족인 투치족을 그만큼이나 많이 죽였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책은 ‘르완다 내전’이라는 현대사 최대의 잔혹한 ‘인종청소’를 통해 제국이 망가뜨린 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는 1994년 이후 3년간 참사 현장을 여러 차례 취재함은 물론, 생존자와 인터뷰해 당시를 처절하면서도 생생하게 불러낸다. ‘방관자’였던 유엔과 서방 열강의 위선적인 태도도 포착해낸다. 르완다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다. 르완다를 식민지로 삼은 독일과 벨기에는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후투족과 투치족을 분열시키는 정책을 폈다. 이는 르완다가 이들 국가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두 부족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원인이 됐다. 유엔이 홀로코스트 이후 처음으로 집단 학살로 규정한 이 사건은,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주목되지 못했다. “얼마나 처참한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제대로 보았을 때 우리가 다시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다는 것은 알게 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책임져야 함을 뜻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루쉰문고(1차분 10권) 루쉰 지음/서광덕 외 옮김/그린비 펴냄 〈광인일기〉를 통해 중국인의 내면에 담긴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며 등단한 이후, 〈쿵이지〉 〈아Q정전〉 〈고향〉 등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설을 써내려간 인물이 바로 루쉰이다. 그는 단순히 문학에 머물지 않았다. 무릇 창작하는 사람은 현실에 대한 감각도 놓치지 않는 성실한 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 표본이었다. 글을 쓰는 동시에 행동하는 자였다. 마오쩌둥은 그를 극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루쉰은 중국 문화혁명의 우두머리 장수였다. 위대한 문학가였을 뿐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였으며, 위대한 혁명가였다.” 현실에 대한 비판, 약자를 향한 희망을 치열하게 담아낸 그의 글은 당대의 독자에게 ‘등불’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루쉰 전집을 출간 중인 그린비출판사는 그의 글 중 정수를 모아 문고판으로 펴냈다. 이번에 1차분 10권이 나왔다. 소설집 〈외침〉 〈방황〉 〈새로 쓴 옛날 이야기〉, 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산문 시집 〈들풀〉, 잡문집 〈무덤〉 〈열풍〉 〈거짓 자유서〉 〈풍월이야기〉 〈꽃테문학〉. 총 25권으로 기획한 문고판은 2012년 초 6권을 추가로 출간할 예정이다.

 

인어공주 이야기

김종호 지음/허남준 그림/문학과지성사 펴냄 당신이 ‘아는’ 인어공주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를 배반할 것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역시 아니다. 소설에는 무려 6명의 인어공주 자매가 등장한다. 그러나 화자는 확실치 않다. 이들은 사랑의 참혹함을 노래하며 시를 읊고 대화한다. 화가 허남준의 그림은 소설의 완결성을 높인다.

 

 

오페라 366:매일 1편의 오페라 마스터 백남옥 지음/한울아카데미 펴냄 오페라를 마냥 낯설고 멀게만 느끼는 이들을 위한 훌륭한 ‘사전’이 나왔다. 스토리를 알아야 오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최초 오페라 작품인 〈오르페오〉부터 〈미국의 비극〉까지, 고전과 현대를 망라해 설명을 덧붙여놓은 이 책을 지도 삼아 하루에 한 편씩 오페라를 꼭꼭 씹어 먹어보자.

 

 

이반 일리히:소박한 자율의 삶 박홍규 지음/텍스트 펴냄 병원·학교·자가용 때문에 생기는 각종 제도로 인해 ‘거대한 타율의 삶’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사상가 이반 일리히. 그의 삶과 사상을 다룬 평전이다. 저자는 “무정부 폭력 투쟁으로 오해되고 있는 아나키즘의 본질인 ‘소박한 자율의 삶’을 가장 철저하게 사색하고 구현한 자”라고 일리히를 소개한다.

 

 

화가의 집 제라르 조르주 르메르 지음/이충민 옮김/아트북스 펴냄 그들이 살았던 공간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지극히 개인 공간인 집을 통해 마그리트를, 모네를,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한층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업실·침실·거실·복도 등을 천천히 거닐며 세밀하게 화가의 자취를 쫓고, 내밀한 이야기를 뽑아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