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옮김/돌베개 펴냄

30여 쪽에 불과한 이 소책자(국내 번역본은 저자 인터뷰와 추천사까지 붙어 90쪽 분량으로 출간되었다)는 지난해 말과 새해 벽두 프랑스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2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가히 ‘분노 신드롬’이었다. 유럽 전역을 비롯해 미국·일본·브라질 등에서 번역본이 나왔고, 중국인들도 6월이면 이 책을 만날 수 있다.
90대 ‘옹(翁)’이 쓴 이 얇은 책이 이토록 폭넓은 호응을 얻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사회는 더 이상 개개인의 노력에 응분의 보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신뢰하지도 않는 체계 속에 어느새 편입되어 버렸습니다. 이 소책자가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것은 전 세계 시민이 광범위하게 절감하는 문제 제기에 화답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였다. 1948년 ‘인권선언문’ 초안을 작성했고 유엔에서 활동했으며, 미테랑 정부 시절에는 외교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의 삶 자체가 프랑스 현대사의 일부인 셈이다. 책은 분량이 짧아 단박에 읽을 수 있지만 저자가 던지는 화두만은 묵직하다. ‘분노’는 소중한 일이며 분노의 힘은 ‘참여’의 기회를 가져온다고,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메시지는 명징하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숫자의 탄생
조르주 이프라 지음/김병욱 옮김/부키 펴냄

“만약 아드님에게 덧셈과 뺄셈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독일이나 프랑스의 아무 대학에 보내도 됩니다. 그걸 배울 만한 능력이 되어 곱셈이나 나눗셈까지 배우게 하고 싶다면 이탈리아 학교로 보내세요.” 중세의 어느 부유한 상인이 자신의 아들에게 상업 교육을 시키고 싶어 전문가를 찾았다. 그랬더니 ‘유학’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는다. 16세기, 당대 가장 박식했던 몽테뉴는 “나는 셈하는 법을 모른다”라고 자신의 〈수상록〉에 아주 떳떳하게 밝히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이 구구단을 넘어 ‘20단’까지도 줄줄 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는 우리에게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숫자와 셈 능력은 말하기나 걷기처럼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이 또한 수만 년간 인류가 발명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책은 이 같은 ‘숫자 발명의 역사’ 혹은 ‘숫자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수학은 원리만 알면 쉽다고 교사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지만, 반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는 꼭 한둘씩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학생에게도 딱이다. ‘전 세계 유일의 세계어’인 수. “수의 신비는 시험 대비 학습에서 좌절하기에는 너무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다”라고 책은 조언한다. 1과 2만 알던 선사시대에서 0을 깨달은 15세기까지 동서양의 위대한 문명이 좇아온 발명의 역사가 흥미롭다.

 

 

너도 들어봤으면
구송이 지음/애니북스 펴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린 이야기’를 엮어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음악이 고파진다. 그럴 때는 책에 실린 QR 코드를 활용하자. 팻 매스니,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벨 앤드 세바스천의 목소리가 그림과 겹쳐 자연스레 마음을 두드린다.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문학동네 펴냄

물건도 사람마저도 버려진 곳, ‘꽃섬’은 쓰레기 매립지이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폐기된’ 사람들이 있다. 한 편의 성장 동화이자, 문명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작가는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사람들의 현재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방자 왈왈
박상률 지음/사계절 펴냄

춘향과 몽룡이 운명적 사랑을 했다고? 방자가 없었다면 사랑이 이뤄졌을까. 방자는 조선시대 최고의 ‘연애 코치’였다. 신분의 한계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방자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러한 방자를 몽룡은 ‘형님’으로 믿고 따른다. 〈학교 도서관 저널〉 연재작. 

 

 

아렌트 읽기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서유경 옮김/산책자 펴냄

상식이 없어진 시대, 아렌트 식으로 말하면 ‘생각이 없어진 시대’이다. 무사유성은 도덕적 불감증으로 나타나고, 특히 정치에 개입될 때 큰 해악을 불러온다. 나치 시대 공무원 아이히만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렌트 사상을 3단계로 나눈 저자는 이를 ‘현재를 읽는 믿을 만한 지도’ 삼아 시대를 탐사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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