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을 앓는 아들과 세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다 덜컥 난소암에 걸려버린 ‘야쿠르트 아줌마’, 첫사랑 남자를 찾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유방암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아들을 협박하는 ‘만년 소녀’, 딸을 매니저로 부려먹는 ‘자아도취 소프라노’…. 최익환 감독(41)이 영화 〈마마〉(6월1일 개봉)에서 그린 ‘엄마’들이다.

최 감독은 “최대한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희생’과 ‘헌신’의 화신으로만 그려지던 예전 영화 속 어머니들과 달리 〈마마〉 속 어머니들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욕심 많고, 철이 없다. “결국 모든 엄마들은 상대적이니까요”라는 최 감독 말처럼 자식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어머니들은 그러나, 결국 영화 결말에선 ‘사랑’이라는 공통분모 앞에서 하나로 만난다.

ⓒ시사IN 윤무영
최 감독의 〈마마〉는 악인 한 명 등장하지 않을 만큼 쉽고 착한 영화이지만, 세 어머니가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지닌 질감은 꽤 다르다. 신파에 가까울 정도로 애절한가 하면 가볍게 웃기는 휴먼 코미디도 등장하고, 어떤 에피소드는 웃음기 없이 사실적으로 모녀간의 갈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장르’ 욕심이 많은 최 감독 덕분이다. 공포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한 최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버무려내는 데에 관심이 많다. 최 감독이 다음에 꼭 영화로 만들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198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핸드폰을 만들어내려 하는 청계천 세운상가 상인들의 분투기’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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