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못 부르시는데 좀 참아주시면 안 되겠어요?”라고 매몰찬 문구를 적은 메모지라도 현관 문짝에 붙일까, 여러 번 욱했다가 참았다. 그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도 텔레비전을 보고 나면 자꾸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지난해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이 한창 방영될 때는 “넬라 판타씨~아”를 입에 달고 다녔고, Mnet의 〈슈퍼스타 K〉가 인기를 끌 때는 장재인의 매력적인 코맹맹이 노랫소리를 따라하려 남몰래 코도 살짝 잡아봤다. 최근에는 박정현의 바이브레이션 “이제 그랬으면 조오오켄네에에에~”를 재연하고 싶어 몇 번이고 손을 허공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완전 노래 삼매경이다.
나와 윗집 아저씨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최근 뉴스 보도들에 따르면, 백화점 문화센터의 노래 교실에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린단다. 이번 주 차형석 기자가 쓴 기사를 봐도 노래방 인기 차트를 〈나가수〉 출연곡이 휩쓴다고 하니, 잘 부른 노래를 들으면 따라하고 싶은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요새는 어딜 가도 텔레비전의 오디션 프로그램 이야기뿐이라며 지긋지긋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노래 프로그램들이 그 옛날 동이족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즐겼다던 한민족의 ‘가무’ 본능을 시청자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불러 일깨웠음은 틀림없다. 뭐, 나쁠 것 있나? 다만 댄스 경연 프로그램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춤[舞] 본능이 제대로 깨어난 윗집 아저씨가 쿵쿵대기 시작하면, 그땐 진짜 메모를 붙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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