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숲이 그리운 주말, 청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상당산성이다. 이곳 산성에는 산길을 이용한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여기서는 상당산성 ‘크게 돌기 코스’를 소개한다.

청주시 상당구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은 백제시대에 처음 흙으로 쌓았다. 이후 조선시대에 돌로 새로이 쌓았으며, 수차례 개보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크게 돌기 코스는 높이 약 4.7m, 길이 4.3㎞의 성곽길을 오르내리며 걷는 코스이다. 산성은 우암산 자락에 위치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덕에 사극 〈대조영〉과 〈태왕사신기〉의 촬영 무대로도 유명해졌다.


ⓒ청주시청 제공청주 상당산성은 백제 때 처음 흙으로 쌓았고, 조선시대에 돌로 개보수했다.

산성 남문 앞에 있는 넓은 잔디밭이 성곽길 걷기의 출발지이다. 이곳은 꽃피는 4월에서 싱그러운 7월까지 주말이면 늘 인파로 북적거린다. 성의 정문 격인 남문(공남문)에서는 매월당 김시습이 상당산성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지었다는 ‘유산성’ 시비를 만날 수 있고, 능선을 따라 서문(미호문)을 지나 산자락을 휘감으며 걷다보면 북문이 있었던 곳에 도착한다. 아쉽게 북문은 사라지고 없지만,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이제 반 정도 온 셈이다.

남쪽 암문(비상구 역할)부터 서문을 지나 북문이 있었던 곳까지 이어지는 성곽길은 전망이 너무 좋고 길 자체도 예뻐서 힘들 겨를이 없다. 숲속에서는 지저귀는 새소리, 종종종 뛰어다니는 다람쥐, 하늘하늘 춤추는 나비, 앙증맞은 들꽃 등을 만날 수 있다. ‘생태 길’이라 해도 무방하리만치 자연적인 요소가 많다.

여름엔 바람, 가을엔 들꽃, 겨울엔 설경

종착지를 앞에 두고 동문(진동문)과 동장대를 지나면 산성마을 저수지에 도착한다. 잔잔한 저수지 둘레를 걸은 뒤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산성길 걷기 끝. 특히 능선을 따라 공남문(남문)→ 미호문(서문)→진동문(동문)으로 이어진 성곽은 봄이면 벚꽃이 만발한다.

여름이라고 아쉬울 게 없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니까. 가을에는 돌 틈으로 다양한 색의 들꽃이 피어나고, 겨울에는 설경이 눈부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툭 트인 풍광은 사계절 내내 멋지다. 성곽길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인근 식당에서 맛보는 백숙과 막걸리 한 잔은 온몸을 보양해준다.

기자명 한범덕 (청주시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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