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승하면 밴드 다시 결성할 거야”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을 먼저 밝혀야 한다. 정확히 6월10일 오후 2시56분이었다. 이제 6월11일 오전 4시까지 몇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계산해본다. 약 13시간 남았다. 그렇다. 13시간 뒤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시작한다. 장소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맨체스터 시티와 인터 밀란이 단판 승부를 펼친다.맨체스터 시티라. 만약 당신이 축구와 음악을 모두 좋아한다면 저절로 한 밴드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맨체스터 출신으로 1990년대를 호령했던 오아시스(Oasis)다. 오아시스의 주축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맨체스터 시티 사랑은 유명 고양이 ‘세 명’과 삽니다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 (미술작가)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대화 상대가 “몇 마리요?” 하고 물어올 때가 있다. 답은 세 마리다. 그런데 요즘 나는 잠시 망설인다. ‘마리’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서다.‘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셀 때 사용하는 단위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동물을 세는 단위로도 ‘명’을 쓰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을 셀 때 쓰는 ‘명(名)’ 자 대신에 ‘목숨 명(命)’ 자를 넣는 것이다. 인간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고통과 기쁨을 느끼며 목숨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는 같으니 사소한 언어 하나에서부터 차별의 솔루션 저널리즘,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대구의 은둔형 청년 실태’에 대한 기사를 썼다. 교회 동생이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취재를 시작했다. 어렵게 당사자 인터뷰를 하고 대구시청과 시의회에 문의했다. 서울시는 시장이 직접 은둔형 청년을 언급하면서 종합대책을 내놓고 광주시는 지원센터를 설치했는데, 대구시는 실태조사 계획조차 없었다. 기사가 나간 뒤 라디오에 출연해 취재한 내용을 전하고 복지관 주최 토론회에서 같은 말을 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았다.자극적인 사건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을 잃었을 때 왜 시를 읽는가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이 지면에 소개하려고 한동안 역사책을 읽었다. 메모도 해가며 열심히. 그러다 어느 날 책을 덮었다. 뉴스를 보며, 적당히 좀 하라고 뇌던 끝이었다. 책에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 그저 내가 무엇을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아졌을 뿐.이제까지 나는 열심히 살려고 애썼다. 유유자적, 일필휘지를 동경하지만 그건 애당초 내 능력 밖임을 알기에 몸으로 때우는 열심을 지향했다. 한데 그러기가 싫어졌다. 다들 너무 열심인 것이, 너무 기를 쓰고 끝장을 보려 드는 세상이 버겁다 못해 무서웠다. 사람의 일이란 좋고 싫음이든 옳고 그름이든 100퍼센트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