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창피했다. ‘명자, 신자’라는 이름이. ‘순’에 이어 가장 많이 쓰였을 여성 고유의 돌림자, ‘자’의 촌스러운 멍에 때문이다. 특히 신자씨는 연애 시절 연인에게조차 이름 불리길 거부했다. 그녀의 성은 ‘임’이다.

형제는 부러웠다. 동생의 근엄한 턱살이. ‘정’을 돌림자로 쓰는 가문 중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들이다. 선글라스로 친숙한 마카오의 정남씨에 이어 정철씨가 싱가포르의 콘서트장에 나타났다. 취향 좀 갖췄다는 정철씨는 에릭 클랩턴의 불후의 명곡 ‘Tears in Heaven’(천국의 눈물)을 라이브로 들었을 것 같다. 아들 잃은 슬픔을 ‘천국에서 만나면 내 이름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가사로 풀어낸 곡이다. 동생 정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며 눈물 삼키는 모습이 상상된다.

동생보다는 퍽 갸름한 턱선의 정철씨가 낀 반지와 피어싱이 화제였다. 약혼반지인지 아닌지, 동행한 여자가 부인인지 동생인지, 우리 언론은 귀걸이 브랜드라도 밝혀낼 기세였다.

김씨 형제의 활약에 고무된 ‘운’자 돌림의 형제도 선전했다. 닮은 구석은 없어도 저절로 연상되어, 대중 감수성으로는 이미 한 형제인 운천과 운찬씨다. 시작은 동생이었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위원장인 정운천 최고위원이 구제역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 매몰 후 수개월이 지나면 땅속 정화 작용 때문에 퇴비가 된다는 제법 그럴듯한 아이디어다. 특유의 낙천성은 광우병 파동을 겪은 장관 시절부터 입증된 것, 호시절 누리는 정철과 다를 바 없는 현실 인식이다.

사체도 활용하는 자세 본받자면, 산 채로 묻힌 수십만 돼지의 비명을 모아 소음 측정 테스트에라도 활용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돼지들이 그에게 ‘천국에서 만나도 이름을 알아볼 수 있다’며 에릭 클랩턴의 노래를 흥얼거릴 것만 같다. 

보다 못한 형님이 아우 구하기에 나섰다. 정운찬 전 총리가 대학입시에서 국사를 영어로 테스트해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분산시킨 것. 뜬금없는 타이밍은 ‘아우 구하기’로밖에 볼 수 없었다. 유창한 영어로 ‘731부대가 독립군 단체’라는 걸 설명하려는 걸까. 오늘날 개명 신청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음을 형제와 자매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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