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수 한 그릇 더 주세요.” 그릇에 소면과 육수를 담는 노영수씨(29)의 손이 바빠진다. 1월14일 노씨는 서울 중앙대학교 앞의 한 식당에서 손수 준비한 국수 200인분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6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을 기념해 마련한 ‘잔치’ 국수였다.

ⓒ김재연 인턴기자
같은 날 오전, 서울지방법원은 중앙대학교가 ‘대학의 기업화 반대’ 시위를 벌인 학생 3명에게 지난해 5월 내린 징계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씨는 지난해 4월 학교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대학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다 ‘학교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내쫓긴 학생 중 한 명이다.

퇴학당한 뒤에도 노씨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삭발하고 1인 시위 피켓을 들면서 대학의 정상화를 외쳤다. 경찰서에 불려가는 등 학교와 싸우느라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를, 같은 뜻을 지닌 이들이 도와주기도 했다. “20대는 희망이 없다”라던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도 자신이 쓴 책의 인세 195만원을 보내왔다.

학교가 순순히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노씨는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대학 기업화에 맞서는 작은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황승기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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