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라 불리던 이진원의 죽음은 다소 갑작스러운 디지털 음원 분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 근본적인 부분인 스트리밍·패키지 다운로드 기반의 헐값 판매를 비껴간 채 수익 분배율로 향한 논란은 싸이월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들은 배경음악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아티스트들한테 상당한 돈을 벌어다주고 있는데-를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소환하고 말았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이미 한 번 겪은 일인 것이다. 10년 전, 그때의 적은 P2P로 음원을 공유하는 사이트, 즉 소리바다였다. 한국음반산업협회를 비롯한 음악업자들은 아마 소리바다만 작살내면 불법 음원은 근절되고, 그렇게 되면 그 과실이 온전히 자기 손으로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팀장으로 재직하며 그들 편에서 ‘불법 서비스’ 소리바다를 족치는 일의 전방에 서 있던 김태훈은 정말로 소리바다가 음악 산업을 말라 죽게 하는 마왕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떡잎이던 소리바다를 음악 산업과, 그때 막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려던 이동통신 대기업이 밟아 죽여버렸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소리바다 창업자 양정환과 함께 쓴 책이 〈소리바다는 왜?〉이다.

물론 이 책의 주장에 온전히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를 갖는 건 모든 이들이 자기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같은 사정에 입각해 접근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불법의 온상처럼 보이던 소리바다는 새로운 음악 사업의 꿈을 꾸고 있었고, 아마 갈등 당사자들이 그런 면을 고려해 접근했다면 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소리바다는 왜?〉김태훈·양정환 지음/현실문화 펴냄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맹렬한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기업들, 그들만 족친다고 뭐가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얽히고설킨 생태계의 여러 이해 당사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다. 그 못지않게 지금의 헐값 가격 구조의 형성에 기여한 음악 소비자들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아마 이걸 전체로 인식할 때 문제를 풀 실마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소리바다는 왜?〉는 모든 걸 떠나 제대로 된 자료도 역사도 남아 있지 않은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 한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는 사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기자명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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