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찬성론자들로부터 ‘반대 전문가’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김정욱 교수(64·서울대 환경대학원)가 책을 냈다. 제목은 〈나는 반대한다〉(느린걸음 펴냄). “처음에 출판사가 이 제목을 추천해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간의 삶을 돌아보니 내가 반대를 하긴 많이 했더라”며 그는 웃었다.

미국 유학 시절, 토목에서 환경으로 전공을 바꾼 것이 김 교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귀국 직후 울산·온산공단 공해 문제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새만금 간척,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등 초대형 국책사업이 있을 때마다 그는 “아니오”를 외쳤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당해도 어쩔 수 없었다. 토건한국의 기치 아래 자연이 짓밟히고 그 땅에 살던 사람이 쫓겨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을 알리는 강의를 숱하게 다녔다. 지난 3월에는 천주교 주교 22명 앞에서 국토해양부 공무원들과 역사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이후 주교회의는 전원 만장일치로 정부의 4대강 공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결정했다. 그는 말한다. “내게 왜 ‘강을 파헤쳐서는 안 되는가’라고 묻는 이가 있다면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라고 되묻겠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다.”

ⓒ시사IN 백승기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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