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12월6일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후보(오른쪽) 지지를 선언했다.
검찰의 ‘퍼펙트한 무혐의’ 발표가 후폭풍을 불러왔다. 검찰의 수사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7대 대선 향배는 마지막 일주일 사이에 판가름이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로 정면충돌하고 있는 BBK 대선 정국은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접어들었다. 이 서바이벌 게임은 18대 총선 전략 차원에서 대선 이후까지 장기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명박 후보를 살려냈다. BBK 무혐의 판정은 당내 분열을 일시에 잠재웠다. JP와 손잡으며 취약한 충청 공략의 거점도 마련했다. 정몽준 의원을 영입하면서 박근혜·정몽준 차기 경쟁 구도를 만듦으로써 당의 통제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TK의 박근혜, PK의 YS·정몽준 등 그야말로 영남의 정치 세력이 총결집한 환상의 ‘영남 보수당’이 탄생할 참이다. 이대로라면 이 후보의 대선 승리는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유례없는 거대 여당의 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BBK 역풍’을 잘 방어해야 한다. 현재 ‘반이명박 전선’의 리더는 정동영 후보다. 정 후보는 BBK 투쟁을 계기로 자신으로의 범여권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한편, 이회창·권영길 후보를 ‘반이명박 연대’의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다. 정 후보 처지에서 볼 때 검찰 수사 발표는 오히려 ‘호재’다. 반(反)이 투쟁을 통해 당내 분열상을 일거에 잡았다.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개혁성·선명성 부분의 염려도 불식할 계기를 얻었다. 이탈한 범여권 지지층만 되돌리면 대선 승부는 물론 총선까지 겨뤄볼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 지지율은 한계가 보인다. 정 후보는 DJ의 정치 노선을 계승했고, 지지층도 호남에 국한되어 있다. 친노 그룹과 비호남 개혁 그룹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친노 그룹이 별도의 신당을 만든다든지, 손학규 팀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든지 하는 소문이 지어낸 말은 아닌 듯하다. 친노 그룹이나 손 전 지사로서는 정 후보의 당선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

문국현 후보는 총선까지 가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문 후보는 DJ-노무현 정권의 선택적 계승과 비판을 통한 차별화 노선을 걷고 있다. 문 후보의 기반은 재야 시민단체와 중소기업 CEO 그룹이다. 김영춘 의원 등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서 정치를 배웠던 이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는 YS만큼 정치 기반이 탄탄하지도, 지역 배경이 있지도 않다. 때문에 문국현 후보는 과거 꼬마민주당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해관계 달라서 정·문 단일화 쉽지 않을 듯

이처럼 정·문 두 그룹의 노선과 목표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는 지지부진하고 실패할 확률이 크다. 두 사람은 1987년의 DJ와 YS처럼 자신으로 단일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도 갈리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양보하기란 쉽지 않다. 단일화에 실패할 때 두 후보는 지지자로부터 과거 DJ와 YS가 받았던 비난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이 점이 둘의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지만, 그 힘이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1987년 대선 때 JP는 충청을 기반으로 한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지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충청을 기반으로 정치 재개에 나서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당시 JP의 이념적 기반은 반민정당 보수파였다. 이회창 후보는 반이명박 보수파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JP는 대선 이후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 후보 또한 보수 후보 단일화 대신 심대평 후보와 손잡고 18대 총선을 노리는 쪽으로 길을 걷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JP에 이은 충청의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했으며, 끝까지 완주할 각오이다. 이회창 후보로서는 영남까지 끌어안고 싶겠지만, 이명박·박근혜·정몽준 등 영남 맹주를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영남은 사실상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JP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듯이 앞으로는 충청을 거머쥔 이회창 후보가 정권 향배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벌써 이회창 후보는 결정권자로서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기자명 김능구 (e윈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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