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정동영 후보(위)는 장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BBK 김경준씨 파문과 이명박 후보의 콤플렉스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동영 후보의 ‘가족행복시대’ 슬로건은 또 자신의 콤플렉스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정치인을 비롯해 모든 인간의 행태를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파악한 학자는 칼 융(C. Jung)이다. 그의 분석심리학은 콤플렉스 심리학으로 불릴 정도로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흔히 열등감으로 불리는 콤플렉스에 대해 융은 ‘요괴와 같은 장난’ ‘쓸데없는 생각’ ‘아픈 곳’이라고 정의했다.

콤플렉스가 지나치면 차분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로막는 ‘집착’과 ‘사고 방해’ 현상을 초래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력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들러(Adler) 같은 심리학자는 콤플렉스를 추진력과 자아 발전의 촉매제로 보았다. 그런 점에서 콤플렉스는 잘 극복하면 성공한 지도자가 되지만, 잘못 빠져들면 실패한 지도자가 된다. 광복 직후 조지 워싱턴 대학-하버드 대학-프린스턴 대학의 화려한 학력을 자랑했던 이승만 대통령이 10대 소년기 때 과거 시험에 일곱 번이나 낙방했던 ‘학력 콤플렉스’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콤플렉스의 종합 세트라고 할 만큼 가난 콤플렉스, 학력 콤플렉스, 마이너리티 콤플렉스 등 열등감 요인이 많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콤플렉스를 타파해서 권력의 최정상에 올랐지만, 정상에 오른 뒤에는 오히려 콤플렉스 때문에 원만한 국정 운영을 하지 못했다. 이제 대선 후보들의 콤플렉스를 보면, 그들의 리더십과 훗날 국정 운영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못생긴 얼굴 콤플렉스에 시달려

먼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보면, 콤플렉스의 득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요즘 이 후보의 언론 광고나 슬로건을 보면,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성공하세요’ ‘슈퍼 영웅 이명박’ ‘질주본능 이명박’ 등 예외 없이 ‘경제’와 ‘성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그 이면에는 ‘가난 콤플렉스’가

ⓒ뉴시스가난 콤플렉스를 타파하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한 이명박 후보.
내재해 있다. 즉, 이 후보는 어린 시절 극도의 가난을 겪으면서 ‘반드시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성공 의지를 다졌고, 그것이 과업 지향주의로 귀결된 것이다. 현대 신화, 청계천 성공, 지지율 1위 행진도 그러한 가난 콤플렉스→성공 의지→목표 제일주의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콤플렉스를 타파하려는 의지가 과도한 탓인지, 도곡동 땅 투기 의혹과 BBK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 후보는 또 ‘못생긴 얼굴 콤플렉스’가 있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20대 총각 시절 연정을 느꼈던 여성을 만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라며 괴로워했고, 어릴 때부터 집안 형제 중에서 ‘명박이가 제일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훗날 이화여대 메이퀸으로 뽑힌 소문난 미인 김윤옥씨와 결혼했다. 자신의 얼굴 콤플렉스를 상쇄해주고 있는 잘생긴 부인이 요즘 명품 고가 핸드백과 손목시계 논란에 휘말리고 있으니, 이 후보의 마음이 영 편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콤플렉스 극복에 탁월했지만, 앞으로 콤플렉스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요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슬로건인 ‘가족행복시대’의 이면에는 정 후보의 가족사가 담겨 있다. TV 광고 1, 2탄의 ‘행복을 꿈꾸는 소년’ ‘안아주세요’와 재봉틀로 가계를 꾸렸던 어머니 사진 광고, ‘당신의 행복을 책임집니다’는 한결같이 가정과 행복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도 정 후보의 가족 콤플렉스를 찾아볼 수 있다. 정 후보는 원래 9형제였으나 1950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위로 4명이 줄줄이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장남이 되었다. 사춘기인 고2 때는 아버지가 사망해서 홀어머니의 재봉틀 품삯으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장남 콤플렉스도 있는 것 같다. 요즘 “장남 대통령이 되어 가족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라고 강조한 것은 장남 특유의 듬직함과 책임감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심리학자 설로웨이에 의하면, 장남은 막내에 비해 가족을 보호하려는 책임의식과 안정감이 강한 편이다. 과연 정 후보가 콤플렉스의 긍정적 측면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발휘할지 궁금하다.

ⓒ뉴시스이회창 후보(왼쪽)는 아들 콤플렉스로 고통받고 있다.
콤플렉스의 양면성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사람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이다. 그는 고고한 상류층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요즘 점퍼 차림으로 양로원과 재래시장, 터미널, 지하철을 누비며 싸구려 국밥을 먹는 ‘서민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체득한 엘리트 콤플렉스 탓이라고 본다. 사실 이 후보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차례의 쓴맛을 본 뒤에야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후보에게는 또 ‘아들 콤플렉스’가 있다. 지난 대선 때 병역 문제로 곤혹을 치렀던 경험 때문인지 이번 대선에서는 두 아들이 아예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권영길은 권력, 이인제는 성골 콤플렉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정치 콤플렉스’가 있어 보인다. 그가 ‘새정치’ ‘바른 정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역으로 정치경험이 부족한 데 대한 보상 심리 차원이 크다고 본다. 문 후보가 ‘사람중심 경영’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심리적 배경에는 백내장으로 시력이 악화된 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누이에 대한 약자 보호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오랜 기간 권력과 투쟁하면서 ‘권력 콤플렉스’가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해 “삼성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노 대통령이 국회의 특검법 제정을 국회의 횡포라고 규정지은 데 대해 민노당과 권영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발끈한 것도 일종의 권력 콤플렉스로 해석된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성골 콤플렉스’가 엿보인다. 이 후보는 대권에 세 번째 도전하고 당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절치부심했지만, 한 번도 주류 중의 주류가 된 적은 없었다. 출신 지역도 경기도와 충청도, 호남으로 폭이 넓지만 동시에 애매하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신체 콤플렉스를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승화시켰듯이, 우리 대선 후보들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오히려 장점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기자명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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