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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이 아니라 e뱅크 코리아 사건

e뱅크코리아는 LKe뱅크, BBK, e뱅크증권중개 등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법인이 있는 실체는 아니었지만 이명박 후보는 2000년 당시 e뱅크 코리아 회장으로 대외 활동을 했다.

신호철 기자 shin@sisain.co.kr 2007년 11월 26일 월요일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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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 보도가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는 이 사건 설명에 등장하는 복잡한 기업 이름과 이니셜 때문이다. LKe뱅크·BBK·EBK·옵셔널벤처스·다스·MAF·A.M.파파스·이캐피탈 따위 영어로 된 회사 이름과 펀드 이름이 난무하는 바람에 기사를 읽기가 겁이 날 정도다.

여기에 최근 또 우리가 알아야 할 영어 이름 하나가 생겼다. 바로 eBank Korea(e뱅크 코리아)다. 이 낱말은 가장 덜 알려진 명칭이지만 실은 2000~2001년 사이 이명박 후보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BBK 사건’이 아니라 ‘e뱅크 코리아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e뱅크 코리아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지난 10월25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이 ‘e뱅크 코리아’ 홍보 브로셔를 공개하며 이 브로셔에 이명박 후보 사진이 올라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뱅크 코리아라는 개념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e뱅크 코리아를 BBK 혹은 LKe뱅크의 다른 이름이라고 전하는 곳도 있었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e뱅크 코리아란 그저 인터넷 사이트 이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최근 몇몇 네티즌이 인터넷 공간에서 과거 이명박 후보가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는 직함을 썼다는 사실을  찾아내면서 이 용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10월 매일경제신문사가 개최한 지식포럼 기사에서 이 후보는 ‘e뱅크 코리아 회장’으로 명기되어 있다. 또 시흥시 공단선교센터 홈페이지에는 자문위원단 중 한 명으로 이명박 장로를 넣고 있는데 약력에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고 적혀 있다. 이 교회 홈페이지에는 2000년 3월14일 제45회 기도회를 연 이명박 장로를 소개하며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고 했다.

   
 
ⓒ중앙포토
이명박 회장의 최측근인 김백준 부회장(왼쪽)은 e뱅크 코리아는 LKe뱅크, BBK, EBK 등을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e-Bank-Korea.com이 대표 홈페이지


11월22일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언론인 조갑제씨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가 직접 건넸다는 명함을 공개했다. ‘이명박 회장/대표이사’라는 이름 아래 푸른 바탕에 흰 글씨로 ‘eBank-Korea.com’이라고 크게 적혀 있다. 현재 ebank-korea.com 사이트는 폐쇄되어 있다. 하지만 2001년 3월 금융감독원이 저장한 사이트 화면에는 이명박 후보가 e뱅크 코리아 회장으로 되어 있다.

기자가 e뱅크 코리아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2002년 3월 이 후보 최측근이자 부회장인 김백준씨를 만났을 때였다. 그는 “인터넷과 금융사업을 결합한 앞서가는 사업 모델로 ‘e뱅크 코리아 네트워크’를 구상했다. 그래서 ebank-korea.com이라는 사이트도 만들었다. e뱅크 코리아는 은행·증권·보험·투자자문 등 모든 금융 업무가 결합되어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증권은 e뱅크증권중개, 투자는 BBK, 은행업은 하나은행, 보험은 또 어떤 자동차보험회사. 이렇게 나눠지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2000~2001년 당시 이명박 후보는 금융 사업 외에 다른 특정한 직업이 없었다. 이 후보로서는 EBK 대표이사나 LKe뱅크 대표이사 직함을 쓰기보다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고 불리는 쪽을 택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인지를 두고 김경준씨 측 주장과 한나라당 측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BBK 회장이 이명박이라는 그 많은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으로, 또 문서상으로 BBK의 소유주가 이명박 후보인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반면 ‘e뱅크 코리아 회장이 이명박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할 수 있다. 김백준씨는 e뱅크 코리아가 법인 이름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기에 이명박 후보가 e뱅크 코리아 회장이었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의 경우 주력회사는 삼성전자,지주회사는 에버랜드이지만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이나 에버랜드 회장이 아니라 삼성그룹 회장이라고 불린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그룹이라는 법인명은 없지만 회장 호칭을 부르는 데 법적 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갑제닷컴 제공
이장춘 전 대사가 이명박 후보에게 직접 받았다는 명함. 여기에는 LKe뱅크, BBK, e뱅크증권이 동급으로 나열되어 있고 이들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e뱅크 코리아 닷컴’이 적혀 있다.
 
 
‘e뱅크 코리아 회장 이명박’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가 BBK의 문서상 실소유주라는 의미는 아니다. 김백준 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e뱅크 코리아 네트워크에는 하나은행도 포함되어 있다. 하나은행이 이명박 소유가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마도 이명박 후보는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이 조직(네트워크) 안에서 벌어진 추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의식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e뱅크 코리아 이명박 회장’ 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한다. 교회와 신문사 모두 이 후보 직함을 잘못 썼다는 것이다. 이 후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조건 아니라고만 우기는 한나라당의 설명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혼란만 더해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명박 후보가 1999년 초 한국에 입국한 일이 없다고 하다가 출입국 기록 이야기가 나오자 한국을 왕래한 사실을 인정했다. 정황상 인정할 만한 사실조차 원천 부정하는 모습은 뭔가 구린 데가 있지 않겠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후보는 e뱅크 코리아 회장이었다.

 


 

   
  이명박 후보가 기도회를 주관했던 교회 홈페이지에는 이 후보가 e뱅크 코리아 회장으로 되어 있다.  
 
   
  교회 자문위원 명단 프로필에도 이 후보는 e뱅크 코리아 회장이었다.  
 

 


 

 

   
  2000년 10월 매일경제가 주최한 지식포럼에서 이명박 후보는 e뱅크 코리아컴 대표이사로 나와 있다. 명함에 나온 표현과 비슷하다. 2000년 당시는 ‘닷컴’과 ‘컴’이 혼용되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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