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금강산·개성공단 등에서 북한과 협력 사업을 한 사람은 많다. 꾸며진 장소만 보고 인사말만 듣는 관광객과 달리, 경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북한 일꾼과 아옹다옹하며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대북 사업을  진행한 사람이 뒷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는 일은 드물다. 관련자가 남북에서 뻔히 현직을 지키고 있는데 불편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방북기’라는 책은 ‘우리는 하나’라는 추상적인 감상문으로 끝나고 만다.
 

〈그해 여름,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는 이런 정치적·이념적 눈치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기술한 체험기다. 저자인 SBS 오기현 PD는 1998년 이래 10여 년간 30차례 이상 방북하며 북한 당국과 방송 교류사업을 해왔고 2005년 8월에는 조용필 평양 공연 방송을 성사시켰다. 저자는 사업을 진행하는 와중에 북한 관계자는 물론, 정부 당국·남한 기업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까지 에피소드를 숨기지 않았다.
 ‘남한 같았으면 멱살 잡고 패대기’를 치고 싶은 ‘뒤통수를 친’ 북한 파트너 이야기와 때로는 불법도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까지. 오기현 PD는 “이 책으로 상처받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누군가는 대북 사업의 이면을 사실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남한 쪽 인물에 대한 비판보다 (상대적으로 비판의 부담이 적은) 북한 쪽 인물 비판이 많아 보이기는 한다.

저자는 북한이 악마도 천사도 아닌 ‘두 다리 땅에 붙이고 사는 세속적 인간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견지하면서도 스스로는 이상주의자로서의 소신과 회의·번민을 보인다. 저자는 “남한에 적용되는 잣대와 원칙이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분단 극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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