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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서민 친화’에 언론계가 대처하는 법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훌쩍 상승하더니 방송가를 지배했던 파업·투쟁·해임 같은 단어도 슬쩍 사라졌다. 2기 MB 정부의 중도 실용 노선이 언론계에 미치는 변화는 눈으로도 감지된다.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2009년 09월 21일 월요일 제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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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휘몰아치던 태풍이 갑작스레 훈풍으로 바뀌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후부터다. MB 정부가 이른바 ‘서민 친화’를 표방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 훈풍의 위력, 예상보다 크고 파괴력이 세다. 대통령 지지율을 훌쩍 상승시키더니, 방송가를 지배했던 파업·투쟁·해임과 같은 단어도 슬쩍 사라지게 만들었다. 2기 MB 정부 중도 노선이 언론계에 미치는 변화는 눈으로도 감지된다.

훈풍의 시발점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은 9월9일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렸다. 엄 사장 해임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방문진의 이전 태도를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다. 방문진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이었을까. MBC 안팎에서는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도 기류 변화의 대표 사례다. 9월14일 최종 후보 5명이 공개됐을 때 EBS 안팎에서는 부실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공모 요구가 잇따랐고, 결국 방통위는 9월15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는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언론계 목소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시민단체의 평가는 다르다. 이들은 누군가 ‘사장 선임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무리한 선임→노조·시민단체 반발→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한 2기 MB 정부 노선과 배치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왼쪽부터 엄기영 MBC 사장, 이병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

MB 정부의 중도 노선은 언론계에 고민거리를 던졌다. 언론운동 진영 처지에서 MB 정부에 대처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동력도 예전 같지 않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정부를 상대로 전면 투쟁을 벌이기는 더 어렵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MB의 중도 노선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전과 같은 투쟁 일변도 전략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MB의 중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를 표방한 배경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언론인, ‘일상적 투쟁’에 집중해야


1년이 넘도록 진행된 KBS와 YTN에 대한 MB 정부의 장악 시도를 성공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뉴스와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순치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MBC가 홀로 버티기는 했지만 방문진의 요구를 감안해야 하는 엄기영 사장의 앞으로 행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근 단행된 보도국 부장단 인사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냉정히 말해 이 모든 상황은 MB 정부가 중도를 표방하더라도 언론계의 ‘자발적 순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 게임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자발적 순치’에 저항하는 건, 살아남은(?) 언론인들의 몫이다. 상투적 정권 비판은 접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 현장에서의 ‘일상적 투쟁’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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