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여권 단일 후보 1순위로 꼽힌 정동영 후보.
“진짜 대선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적진이 분열된 것만큼 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면은 만만치 않다. 얼마 전까지 이회창씨 출마설을 은근히 즐기던 여권의 태도가 싹 달라졌다. 이회창 지지율이 20%대를 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이번 조사를 보면,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20% 남짓이다. 이회창 후보 한 사람한테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개혁·진보 진영은 제대로 된 게임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무너질 판이다. 여권 후보들은 돌파구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이회창 파도 지나면 여야 구도 복구된다"

‘반부패 전선’을 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를 “정치·경제 부패의 브러더스”(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라고 싸잡아 공격하면서 스스로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식이다. 하지만 여권의 이런 이슈 파이팅은 아직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대선이 부패 대 반부패 세력 간의 대결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29.6%에 머물렀다. 반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 절반(48.7%)이 호응했다.

국면 타개를 위한 여권의 마지막 카드로 불리는 후보 단일화 효과 또한 썩 크지는 않을 듯하다. 여권은 최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적극적이고, “서두르지 않겠다”라던 정동영 후보도 태도를 바꿨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만났다. 문국현 후보 쪽도 단일화 당위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단일 후보는 누가 유력할까? 국민 여론은 정동영 후보(47.4%) 쪽이 높았다. 문국현 후보는 16.8%, 이인제 후보는 11.0%의 응답을 얻었다.

여권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로 가상 대결을 붙여보았다. 범여권 단일 후보로 정동영 후보가 나섰을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38.7%)〉무소속 이회창 후보(27.2%)〉정동영 후보(20.2%)〉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3.7%) 순이었다. 문국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섰을 때는 순위는 같고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야권 후보가 분열되었음에도 여권 단일 후보는 여전히 3위다. 여권으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여권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이유가 이회창 출마에 따라 언론의 조명에서 일시 비켜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절대적 여권 지지층이 존재하고 ‘야야 대결’이 격화되면서 이명박·이회창 후보 모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회창 파도’가 한 차례 지나가면 여야 대결 구도가 복구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기자명 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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