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그룹 하우스룰즈의 객원 싱어이자 모델이었다. 사진과 글쓰기를 시작해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자작곡을 발표하더니 프로듀싱 듀오 더로키즈(The Lowkies)와의 협업으로 일렉트로닉 음반을 내고 있다. 문현아는 2016년 탈퇴하기까지 아이돌이었다. 소속 그룹은 공교롭게도 최근 해체를 선언한 나인뮤지스였다.
나인뮤지스의 시작이 썩 탄탄해 보이지는 않았다. 모델 출신의 늘씬한 미녀들을 모아서 데뷔시키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기획의 산물로 보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꾸준한 고군분투 속에서 나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유독 나인뮤지스 전·현직 멤버들은 자신의 길을 꾸준히 찾아 나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현아도 그중 한 명이다.
욕심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는 사진과 여행, 반려 고양이, 일상의 치유 등에 관심이 있다. 요즘에는 사실 누구라도 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가 쓰는 글 역시, 멋을 부리거나 주제가 거대하지 않다. 그저 평이한 어조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뿐이다. 음악도 일렉트로닉이기는 하되 대형 페스티벌을 달구거나 리스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성질의 곡은 아니다. 비트는 그저 사뿐거리고 멜로디 역시 느긋하다. 사운드 자체도 살짝 비어 있는 인디의 질감을 물씬 풍긴다. 자작곡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제스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그가 펴낸 책 두 권은 자신의 음반과 함께 감상하도록 제작되었다. 2017년 싱글 〈둥둥〉도 무척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유애린과 사이판으로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당시 문현아는 이미 나인뮤지스를 탈퇴한 뒤였고, 이유애린은 팀에 남아 있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과거 동료와 함께하는 모습은 전에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동 작업을, 그것도 서로 유대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별다른 의도가 없을지도 모른다. 상황이나 신분과 무관하게 그저 글을 쓰고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고민보다는 의욕이, 기대에 부응하는 것보다 내키는 것이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생각하는 분기점(아이돌 그룹 탈퇴 같은)은 그런 이들에겐 별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문현아를 이루고 있는 많은 특이점은 그런 식으로 솟아났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한 것도 지금 세대의 아이돌에게선 아직 흔치 않은 일이고, 결혼 뒤에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돌이라는 치열한 세계에서 출발한 누군가가 그처럼 편안하게 움직이는 건 보기 좋다. 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특이점을 편안한 표정으로 달성하거나, 또는 그저 편안하기만 하더라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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