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1953년 전북 순창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MBC 기자. 15·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당의장.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후보로 확정된 후 나흘째인 10월19일 오후. 강행군에 지친 탓인지 정동영 후보의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내 화색이 돌더니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민감한 정치 이야기에는 “경제가 화두인데, 우리 경제 이야기를 주로 합시다”라면서 비껴갔다. 단일화에 대해서는 “대연합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낮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예우하는 뜻으로 단일화 대신 대연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는 DJ의 표현을 바로 응용했다.

여권의 공식 후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지지율 차이가 크다.
점점 더 올라갈 것이다.

호남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다가 호남 후보로 고립되는 것 아닌가.
당 분석에 따르면 부산·경남의 지지율이 두 번째로 높다. 또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언론이 앞장서서 지역 프레임을 깨줘야 한다. 정동영은 민주 진영의 어느 후보보다 경상도에서 ‘안티’가 적다. 민주 정부 10년이 지나며 조건이 익었다. 이제 탕탕평평 시대로 가야 한다.

국민경선에서 승리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12월에 누가 이명박과 붙어야 한판 승부가 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유권자들은 나한테서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을 본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문제가 좀 있더라도 경제를 살릴 적임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평화 대 경제 구도로 각이 선다고 보나.
=이명박 후보가 진짜 경제 전문가인가? 이명박의 경제관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의 경제관은 그의 삶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는 순전히 반칙으로 돈을 번 ‘반칙왕’이다. 그는 금산 분리를 해제하자고 한다.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자는 것이다. 10년 전의 외환위기는 재벌의 종금사 소유가 도화선이 됐다. 이를 다시 주장하는 것을 특정재벌 편들기다. 그가 토목 전문가라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경제 전문가는 허구다. 국가 지도자의 경제철학이 중요한데, 그의 경제관은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일 뿐이다. 나는 차별 없는 성장으로 가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 그게 정동영의 경제철학이다.

차별 없는 성장의 핵심이 뭐냐.
대통령의 경제관이 중요하다. 정부가 양극화 문제의 둑을 막았다.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서 약자를 돕고자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좌파 정부로 비난하면서 약육강식, 시장 만능주의로 가자고 강요하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장애인 예산과 노인 복지 예산을 절반 깎자고 한 게 한나라당이다. 이 후보의 당선은 재앙이다. 경제 재앙이고 외교 재앙, 환경 재앙이다. 차별 없는 성장이 있어야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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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조차 문국현 대안론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연합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서 통합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는) 재앙을 두고 볼 수 없다. 대통합과 연대로 다 담아내야 한다. 민노당과도 협력해야 한다.

민노당이 대통합 대상에 포함되는가.
정책과 노선, 그리고 국민의 의사가 기준이다. 방법론을 고민해보겠다. 지혜를 모으겠다.

문국현 후보를 어떻게 보나.
글쎄. 각자가 열심히 노력해봐야 한다.

2년 전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위에 뽑혔다. 그런데 막상 대선판이 벌어지니까 지지율이 추락했다.
후보가 된 지 나흘 지났다. 열흘만 기다려달라. 차근차근 올라갈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45차례의 텔레비전 토론이 열렸다. 2002년에는 85차례였다. 텔레비전 토론은 상호 검증의 장으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이자 후보의 의무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이 없어하는 것 같은데, 부자 몸조심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 못 봤다. 경제로 한번 붙어보자. 1970년대 분식회계 원조가 이명박이다. 건설회사에서 비자금 조달한 것이 우리의 역사다. 당시 건설 쪽은 손이 컸다. 장부를 조작해 비자금 만들고, 이 비자금으로 로비해서 입찰을 땄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분식회계로 현대건설은 부도났다.

후보가 된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는데, 청와대 반응이 다소 냉소적이었다.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는 “정 후보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돕기 어렵다”라고까지 했다.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후보가 되고 나서 전화 드렸다. ‘축하한다. 당내 수습을 잘하시오’ 그게 핵심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성공하려면 3기 민주정부가 꽃을 피워야 한다. (참여정부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양극화가 문제였다. 땅과 아파트에서 250조원의 불로소득이 생겼다. 상대적 박탈감이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치는 깨끗하게, 경제는 건강하게, 사회는 따뜻하게, 한반도는 평화롭게 해야 한다. 네 방면에서 꽃을 피워야 참여정부도 성공한 정부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정동영은 노 정권의 아류’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시각도 비슷한 것 같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예정인가?
통일부 장관 갔다 왔더니 지지율이 다 달아나버렸다. ‘말과 자세에서 준비가 덜 됐었다’는 노대통령의 신선한 고백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열심히 했는데 억울한 생각이 들 것이다. 솔직함이야말로 노 대통령의 강점 아닌가. 다음 정부는 통합의 정부다. 애도 낳기 전에 이름을 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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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이 여당의 지지 기반이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1997년에도 어려웠고, 2002년에는 더 어려웠다. 지금도 힘든 조건이다. 10월15일 저녁에 후보가 되자마자 다음 날 새벽 다섯 시에 평화시장에 갔다. 가서 내가 젊었을 적 먹고 살았던 터전을 보고 초심을 확인했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를 확인했다. 30년 전, 아침에 배달하고 오후에는 돈 달라는 말을 못해서 계단에 서 있곤 했다. 어머니가 재봉틀 놓고 일하시는 걸 보면서 졸업 후 시장에서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돈 벌 자신이 없었다. 돈 버는 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20대부터 돈을 너무 일찍 벌었다. 그래서 40년 이상을 귀족으로, 특권층으로 살았다. 그래 놓고 양극화에 대해서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이건희와 비교하면 나도 빈곤층이라면서. 이 후보의 경제관이 20대 젊은이들의 미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기자 출신 정치인이다. 콘텐츠는 약하고 겉모습만 번지르르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정치인이지만, 월급받아서 보통 사람으로 살았던 기자 출신이다. 기자 출신의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가 정의감이고, 두 번째는 약자에 대한 연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자는 듣는 직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듣는 대통령’이다. 국민들의 신음, 아우성을 듣는 것이다. 거기다 나는 50개국을 넘게 뛰어다녔다. 동대문 평화시장의 경험에 글로벌 감각이 더해졌다. 다양한 인생 경험이 나 스스로를 비우고 낮아지도록 가르쳤다.

 

 

기자명 안철흥·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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