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붙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조사 수치가 엇비슷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시사IN〉이 칸타퍼블릭(옛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4월11~12일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이번 조사 결과가 그렇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23명 조사. 유무선 RDD를 활용한 전화조사. 표본 오차: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다섯 개 정당·후보 이름을 불러주며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었는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37.5%), 국민의당 안철수(37.2%), 자유한국당 홍준표(7.0%), 정의당 심상정(3.2%), 바른정당 유승민(2.6%) 순이었다(아래 〈표 2〉).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차이는 0.3%포인트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지지도가 문재인(41.5%), 안철수(38.1%), 홍준표(5.9%), 심상정(3.4%), 유승민(2.4%) 순으로 나타났다. 적극 지지층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다소 늘어났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아래 〈표 3〉). 접전이다. ‘당선 가능성’은 문재인 후보(52.9%)가 안철수 후보(36.9%)를 앞섰다(맨 아래 〈표 10〉).

 

 

 


■ 권역별·연령별로 지지율 차이 살펴보니

과거 대선에서 호남과 영남의 표 쏠림 현상은 상수였다. 격전 양상을 보인 2012년 대선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 득표율 80.1%를 보였고, 문재인 후보는 광주에서 득표율 91.9%를 기록했다. 특정 정당에 속한 두 유력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권역별 지지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서울(문 37.5%, 안 36.3%), 인천·경기(문 39%, 안 37.6%), 대전·충남·충북(문 44%, 안 36%), 광주·전남·전북(문 39.7%, 안 45.5%), 부산·울산·경남(문 40.9%, 안 33.5%)이 그렇다. 대구·경북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가 비교적 높게 나왔지만(문 21.3%, 안 32.4%), 독주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아래 〈표 4〉).

지역 쏠림 현상이 옅어진 자리에 세대 갈림 현상이 들어섰다. 문재인 후보는 40대 이하에서의 지지도(19~29세 44.2%, 30대 53.8%, 40대 47.2%)가 전국 평균 지지도를 넘어섰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지지도(50대 47.5%, 60세 이상 52.6%)가 높게 나타났다(〈표 8〉).

 

 

 

 

 

ⓒ사진공동취재단4월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의 한국포럼 행사장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런 지지도 형세를 두고 두 후보 측의 강조점이 다르다. 안철수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보면 안철수 후보가 고르게 올랐다.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TK에서 지지율이 올랐는데, 1987년 이후 지역주의가 공고해졌는데 이게 깨진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안티 정서와 보수층의 이동’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여론조사를 보면 ‘반문 보수’가 20% 잡힌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는 오랫동안 8~10%대에 머물렀다. 여기에 배회하던 반문 보수층이 안철수 후보에게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모여든 지지표의 충성도는 높지 않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 후보의 부적합도 1위는 홍준표

이번 조사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후보’와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한 전략 투표 가능성’을 물었다. 대통령으로서 부적합한 후보 두 명을 불러달라는 질문에 홍준표(59.9%), 문재인(24.4%), 유승민(21.2%), 심상정(17.7%), 안철수(15.3%)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국회의원 93명이 속한 자유한국당 후보의 비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원내 제2당에서 선출한 홍준표 후보의 지지도가 7%로 처져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안티 정서는 어떨까.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부적합도는 60세 이상(36.7%), 대구·경북(31.8%), 자유한국당 지지층(71.5%), 보수층(47.6%) 등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전략 투표 가능성에 대해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부정적이었다. 16.1%는 ‘반대하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표 5〉). 전략 투표 가능성이 높은 계층을 살펴보면 결과가 흥미롭다. 대구·경북(28.8%), 자유한국당 지지(35.6%), 보수(29.2%), 홍준표 후보 지지층(41.9%)에서 그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층 가운데 25.1%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층에서 추가로 이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적합도와 전략 투표 가능성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거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층이 실제 투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37.2%)는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 지지도(21.1%)보다 높게 나왔다. 국민의당 밖의 지지층이 더해진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략 투표 가능성’을 두고 홍준표 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 사이에 긴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4월6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줄여서 ‘홍찍문’이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찍으면 박(지원) 대표가 상왕이 된다”라고 맞섰다. ‘홍찍문’에 ‘안찍박’으로 응수한 것이다.
 


■ 이전과는 달라진 선거 지형

이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냐 아니냐’가 중요한 프레임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냐, 정권 재창출이냐’가 50% 안팎에서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6〉). 정권교체 비공감층은 60세 이상(16.5%), 대구·경북(16.2%), 자유한국당 지지층(48.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큰 틀에서 보면 대선을 앞둔 지형이 이전과 크게 바뀐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80.8%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13.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표 7〉).

정권교체·박근혜 탄핵에는 의견이 모이지만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과 국정 운영 방향에서는 대답이 엇갈린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 중에서 41.7%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더 제대로 된 정권교체라고 답했고, 33.8%는 안철수 후보의 당선이 더 제대로 된 정권교체라고 답했다. ‘누가 당선되어도 제대로 된 정권교체’라고 답한 이는 8.3%였다. 이 질문에 대해서도 40대 이하와 50대 이상으로 답이 갈렸다. 특이한 것은 차기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응답이었다.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 중 어느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통합(56.8%)을 꼽은 이가 적폐 청산(39.1%)을 택한 이보다 많았다.

 

 

 

 

 

ⓒ국회사진기자단4월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대선 후보들이 원고를 보며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층은 85.5%에 이른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12년 12월11일 발표된 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던 응답(79.9%)보다 높았다. 역대 대선에서는 1·2위 후보가 세게 ‘붙었을 때’ 실제 투표율이 높았다(2002년 70.8%, 2007년 63%, 2012년 75.8%). 현재 투표 의향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선거 양상은 본격 선거운동 시작(4월17일)을 앞두고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로만 보면 아직 예측 불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이 상이하고, 유권자의 전략 투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각 정당의 전략 방향은 서로 얽혀 있다. SBS·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4월13일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다섯 후보의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과 견제가 물고 물렸다. 다섯 차례 남은 TV 토론(4월19일, 4월23일, 4월25일, 4월28일, 5월2일)도 난타전이 예상된다. 누구를 견제해 표심을 유지·강화할 것인가. 후보들 앞에 이전 대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차방정식이 놓였다.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조사 규모 : 1023명
표본 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조사 방법 : 유무선 RDD(Random Digit Dialing)를 활용한 전화 조사
표본 추출 : 지역/성/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법 
프레임 : 휴대전화(무선) RDD(59.0%) + 가구전화(유선) RDD(41%)
응답률 : 전체 14.8%(무선 20.8% + 유선 10.5%) 
조사 시기 : 2017년 4월11일 화요일 13시~21시, 2017년 4월12일 수요일 13시~21시
조사 기관 : 칸타퍼블릭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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