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간 첫 텔레비전 토론이 열린 4월1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어제 재·보궐 선거 결과 자유한국당이 TK(대구·경북)에서 전승했다. 숨은 민심을 확인한 것이다.” 홍 후보의 말대로 이른바 TK 지역에서 ‘샤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두꺼울까?
〈시사IN〉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전국 지지율은 8.1%, 텃밭이라던 TK에서도 지지율 13%에 그쳤다. 하지만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는 이번 조사 결과와 달랐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친박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이 지역에서 득표율 47.52%를 기록하며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김 후보 공천에 반발해 3월24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무소속 성윤환 후보도 득표율 28.72%를 기록했다. 투표한 유권자 4명 중 3명이 자유한국당 출신에게 표를 던진 셈이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4월8일부터 이틀간 이 지역 민심을 돌아보았다. 이 지역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상주시 지역구와 군위군·의성군·청송군 지역구가 결합한 대형 선거구다. 지역별 생활권도 다르다. 상주시는 문경시와, 의성군은 안동시와 생활권을 공유한다. 청송군 청송읍 장터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동네 길이라도 제대로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 아닌가. 다른 후보들은 다 상주 출신이고, 김재원이만 의성 출신인데”라고 말했다. 반면 상주시에서 만난 한 50대 초반 남성은 “주변 사람들은 성윤환 후보를 뽑겠다더라. 그래도 성 후보가 상주 사람이잖나”라고 말했다. 내 고향 사람을 선호하는 소지역주의 성향이 두드러진 데는 김재원 후보와 성윤환 후보 간 메시지 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다. 4월9일 상주와 청송에서 유세에 나선 성 후보 측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무효화하겠다”라고 주장했다. ‘진박’ 김재원 후보의 메시지와 똑같았다.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홍문종 의원은 4월9일 상주 서문사거리에서 “지금 1번 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통령 되면 미국보다 북한 먼저 찾겠다는 사람들이다”라며 색깔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색깔론은 상대적으로 시골 지역일수록 효과가 있었다. 청송 장터에서 채소 좌판을 운영하던 한 70대 여성은 “문재인은 애비가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냐. 북한 김정은이랑 손잡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4월13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친북 좌파” “주적”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했다. 밑바닥 보수 심리를 읽은 홍 후보의 계산된 발언으로 보이는 이유다.
여론조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TK 민심
반면 도심 지역 젊은 유권자들은 ‘이제는 바뀔 때도 됐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상주시를 찾은 4월8일, 상주에 거주 중인 한 30대 여성은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 무조건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로 확인된 TK 지역의 표심이 대선 때 어떻게 드러날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TK 유권자들이 선호 투표 경향을 보일 경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만으로 섣불리 단언하기 어려운 TK 민심의 향방이 이번 대선을 판가름할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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