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U와 영국 덮친 브렉시트 후폭풍

영국 청년들이 분노하는 까닭

현실적인 보수주의자,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

브렉시트에도 꺾이지 않은 코빈 지지세

트럼프와 힐러리의 ‘브렉시트 손익계산서’

 

7월13일 오후(현지시각) 테레사 메이 전 내무장관이 영국 총리에 취임한다. 

메이 내무장관은 성공회 목사의 딸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첫 직장은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OE·영란은행)이다. 이후에도 금융계에서 일하다가 1997년 총선을 통해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2002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보수당 의장을 맡았다. 당시 당내 개혁을 촉구하면서 “세간에선 우리를 추잡한 정당(nasty party)으로 본다”라고 ‘돌직구’를 던진 연설은 유명하다.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 5월 이후 지금까지 내무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0년 사이 최장기 내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사나운 보수주의자(Fierce Con-servative)’로 불린다. 이른바 강경파다. 그러나 이념보다 행정 능력에서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6년여간 내무장관직에 있으면서 경찰 예산을 20% 가까이 삭감했지만 범죄발생률은 오히려 줄이는 등 만만치 않은 업적을 세웠다. 특히 1989년 영국 셰필드의 축구경기장에서 관중 96명이 압사한 힐스버러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27년 만에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었다. 힐스버러 참사의 경우, 경찰이 경계 태만으로 인한 징계를 피하기 위해 증거 날조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최근 판명되었다. 참사 이후 줄곧 진상 규명을 간청해온 유가족은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메이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말을 진실로 경청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장관이 약속한 조치는 모두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모든 정부가 대형 참사의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사회질서 저해범’이나 심지어 좌익분자로 몰지는 않는 듯하다. 2002년에 개인용 컴퓨터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컴퓨터 97대를 해킹해서 UFO 관련 정보를 퍼뜨린 게리 매키넌 역시 메이 장관 덕분에 미국 압송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금지한 사람도 메이 장관이다.

ⓒEPA메이 내무장관은 2010년부터 내무장관직을 수행해 최장기 내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차기 총리의 임무는 ‘EU와의 협상’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 캠페인 기간에는 ‘잔류파’로 남았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메이 장관은 평소 ‘국경 강화’를 강력히 주장해온 공공연한 반이민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내무장관 재임 중에도 이주노동자들의 건강보험료를 높이는 등 반이민주의적 정책을 다수 입안했다. 영국 내 테러 용의자들을 감시하고 추방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민간인 사찰 법제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EU 차원의 규범인 인권보호조약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캠페인 기간에는 “(이민자가 밀려들어 오는 한) 결집력 있는 사회는 불가능하다”라고 연설하면서 ‘EU 잔류’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국 경제의 붕괴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친지들에게 “나중에 늙어서, ‘영국 경제를 붕괴시켜 시민들이 자기 가족을 돌보지 못하게 한 사태엔 내 책임도 있어’라며 과거를 술회할 수는 없잖아?”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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