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인도 여성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성들이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진 위로 광고 문구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디지털 평등을 향한 첫걸음.” 페이스북이 인도 뭄바이의 신문, 방송, 광고판, 버스 정류장에 배포한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 프로젝트 광고다.

2015년 9월26일, 제70회 유엔 총회에 참석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인터넷은 마치 깨끗한 물처럼 기본적인 인권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날씨와 농작물 가격에 민감한 농부,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 새로운 정보를 원하는 기업가와 학생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약 60%는 인터넷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가 크다. 국제전기통신연합에 따르면 선진국 인구의 10명 중 9명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3명에 그쳤다. ‘인터넷 양극화’ 현상이다.

페이스북은 ‘인터넷닷오알지’ 프로젝트를 통해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 45억명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구의 33%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도를 주목했다. 저커버그는 2015년 12월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말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반대할까요?”

ⓒBER페이스북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리 베이직’의 인도 광고. 페이스북은 프리 베이직을 통해 인도에 무료로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닷오알지는 인도에서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IT 전문가들이 앞장섰다. 인도의 457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반대 의견을 담은 편지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보냈고, 인도 공과대학교(IIT)와 인도 과학원(IISC) 교수 147명 역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월8일, 인도 통신규제위원회(TRAI)는 인터넷닷오알지의 가장 중점적 사업인 프리 베이직(Free Basics)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금지했다. 저커버그는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망스럽다”라고 썼다.

프리 베이직은 2013년에 만들어진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마치 ‘네이버’ 앱이 ‘네이버 지도’ ‘네이버 메일’ ‘네이버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프리 베이직은 페이스북과 메신저 와츠앱을 비롯해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키피디아·BBC·날씨 앱·주가정보 앱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닷오알지와 제휴한 통신사는 고객들에게 프리 베이직을 무료로 배포한다. 인도에서는 릴라이언스(Reliance)라는 통신사가 2015년 초 페이스북과 제휴했다. 결국 프리 베이직을 통해 다른 사이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조건이 있다. 프리 베이직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결정한다. 프리 베이직이 가장 큰 반대에 부딪힌 대목이 바로 여기다. 인도 공과대학교와 인도 과학원 교수들의 공동성명은 “마치 한 초콜릿 회사가 모든 인도인에게 무료로 ‘기본 식량’을 제공하겠다면서 ‘기본 식량’의 종류를 결정할 통제권은 자기들이 갖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거기다 자기들이 파는 사탕을 기본적인 음식이라고 주장한다면 더욱 진의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프리 베이직의 첫 화면은 페이스북이다.

어떤 회사가 사탕을 무료로 준다고 사탕이 기본 식량이 될까? 인터넷에서는 가능하다. 인터넷은 습관이 지배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전 위챗 인도 마케팅 전략 담당 히만슈 굽타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하시 타네자 박사는 한국의 네이버를 예로 들었다. 인도의 독립매체 〈더 와이어〉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은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대다수 나라에서는 검색할 때 구글을 사용하지만 한국인들은 네이버를, 러시아인들은 얀덱스를 선호한다. 이것은 네이버와 얀덱스가 구글보다 훨씬 먼저 한국과 러시아에 들어가 사람들의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구글의 검색 결과가 더 좋은지 여부는 관계없다”라고 썼다.

‘디지털 식민주의’에 대한 우려 상당

습관은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이 그 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검열 시스템 ‘만리장성(Great Firewall)’이 위키피디아를 차단하자, 중국인들은 그 대신 검열되지 않은 사이트 ‘바이두’의 ‘바이커’를 사용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위키피디아의 차단을 풀었다. 그러나 중국 사용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국의 증가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바이커로 흡수됐고, 바이커는 위키피디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사용자 참여형 인터넷 백과사전이 되었다.

ⓒAP Photo2015년 12월29일 프리 베이직 서비스에 반대하는 인도인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자선이 아닌 미끼 상품이라고 본다.

프리 베이직을 반대하는 인도인들은 페이스북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난한 8억 인도인의 인권 수호자라고 믿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시장을 찾는 기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프리 베이직을 통한 무료 인터넷은 자선이 아닌 미끼 상품이다. 인도 국회의원 샤시 타루르는 인도 디지털 매체 〈더 퀸트〉에 기고한 글에서 ‘디지털 식민주의’를 언급하며 “영국 식민지 시대에 영국 여왕이 인도를 ‘왕관의 보석’에 비유했듯이 페이스북·구글·아마존·우버 등의 인터넷 기업들도 인도를 ‘미래의 10억 소비자’를 잡을 수 있는 대어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판을 의식한 페이스북은 2015년 5월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몇 가지 기술적인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떤 사이트라도 프리 베이직 앱에 등록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내건 조건은 반대에 기름을 부었다. 첫째, 프리 베이직에는 비디오나 1메가바이트(MB) 이상의 사진을 포함하는 사이트를 등록할 수 없다. 페이스북조차도 프리 베이직을 통해서 보면 사진과 영상을 제거한 단순한 버전이다. 사진을 올리거나 보려면 추가 데이터 요금을 내야 한다. 둘째, 암호화·복호화를 통해 보안을 강화한 사이트(HTTPS)도 프리 베이직에 등록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서버에서 사이트의 암호화·복호화를 거쳐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보안상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경우 프리 베이직을 통해 사용하는 모든 온라인 정보가 페이스북의 서버로 들어간다. 페이스북은 90일이 지나면 어떤 정보도 다른 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반대파들의 우려를 종식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이런 정책은 ‘인터넷의 이중구조’를 만든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계층에 따라 다른 종류의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오직 소비자로서 ‘담장 속의 정원’처럼 제한적이고 부족한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선진국의 부유한 사람들은 완전한 인터넷을 누리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터넷닷오알지의 크리스 대니얼스 부사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부분적인 인터넷이라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인도·콜롬비아·멕시코 등 29개국의 67개 인터넷 관련 시민단체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사용자들에게 인터넷의 맛만 보여주고 비싼 데이터 요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인터넷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반대파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2월8일 통신규제위원회는 “어떤 통신사업자도 내용을 근거로 데이터의 가격을 차별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 역시 ‘제한적 인터넷’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코슬라 임팩트’의 투자자 산디아 헤그데는 인도 당국의 결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는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것을 바란다.”

비록 인도에서는 금지됐지만, 페이스북은 프리 베이직을 통해 무료 인터넷 보급 시장을 열었다. 프리 베이직은 이미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37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헬륨 풍선이 LTE 와이파이를 보급한다고?

또 다른 인터넷 대기업 구글 역시 인터넷이 없는 60%의 인구를 겨냥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월15일 스리랑카의 정보통신기술기관(ICTA) 최고경영자 무훈탄 카나기는 “구글의 룬(Loon) 프로젝트 풍선이 방금 스리랑카 영공에 들어왔다. 곧 테스트가 시작된다”라고 밝혔다.

ⓒAP Photo2013년 6월 구글의 와이파이 기구(룬 프로젝트)가 뉴질랜드 부근에서 날 준비를 하고 있다.

구글이 2013년 6월 시작한 룬 프로젝트는 네트워크 공유기 구실을 하는 거대한 헬륨 풍선을 성층권에 띄워 LTE 와이파이를 전 세계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풍선은 태양광 패널로 자가발전하며 최대 187일 동안 성층권을 떠다닌다. 풍선이 땅으로 내려온 뒤에는 재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룬 프로젝트는 오지의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고, 인터넷 양극화를 메우고, 재난 뒤에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3월까지 현재보다 저렴하고 빠른 와이파이를 전국에 보급하는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통신 대역을 제공하는 대신 구글과의 합작투자에서 25%의 지분을 가진다. 이와 별개로 10%의 지분이 스리랑카의 통신회사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구글의 룬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의 프리 베이직과 달리 제한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무료 인터넷보다는 저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룬 프로젝트의 리더 마이크 캐시디는 2015년 3월 미국의 테크놀로지 전문 매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45억명 중 5%만 해도 대략 2억5000만명이다. 이들이 (데이터 요금으로) 월급의 아주 적은 양, 예를 들어 5달러 정도만 낸다 해도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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