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0일,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49)는 카카오 퇴사 의사를 밝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지 6일 만이다. 검찰의 압박으로 퇴사를 결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카카오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방지할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11월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 그룹은 5단계를 거쳐야 (음란물) 신고가 가능한 구조로,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2014년 7~8월 동안 신고가 1건에 그쳤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최근 신고 건수가 월평균 650건으로 늘었다. 또 성인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했고, 음란물 신고가 들어온 게시자는 영구 제한 조치한다”라고 반박했다.

‘표적 수사’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이석우 당시 대표가 감청 영장 협조 거부를 선언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혹이다. 포털 대표의 아청법 기소는 이 전 대표가 처음이다. 아청법 또한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가 있다고만 쓰여 있지, 구체적인 의무는 명시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만 문제 삼았다.

당장 인터넷 업계가 반발했다. 자칫하면 인터넷 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1월5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번 기소는 카카오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모든 인터넷 기업의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인 명확성이 떨어진다. 업계는 세부 가이드를 마련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협의 중이었으나, 가이드가 마련되기도 전에 수사기관이 카카오의 전 대표를 기소했다.”

ⓒ연합뉴스지난해 12월10일 아청법 위반 혐의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음란물 게시 당사자가 아닌 매개자 처벌이 정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월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이번 기소를 두고 “살인범이 고속버스 타고 다니면 도로공사가 처벌받아야 하나?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청법은 무엇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인지조차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게시물이 아청물인지, 일반물인지는 법원도 쉽게 판단하기 힘든 문제다. 이를 기업이 일일이 확인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검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흉흉한 업계, ‘정부에 밉보여서는 안 된다’

이석우 전 대표가 감청 협조 불응을 선언한 이후, 정부·여당이 ‘카카오 길들이기’를 한다는 의혹은 계속됐다. 지난 9월 그는 2년 연속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갔다. 국토교통위 국감에 ‘카카오택시의 콜택시 상권 침해’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석우 당시 대표에게 “감청 영장 발부에 불응하겠다는 아주 충격적인 말을 했다. ‘이분은 기업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법은 웬만하면 무시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에 대한 여당 내의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발언이다. 결국 지난 10월6일, 카카오는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협조로 방침을 바꿨다(〈시사IN〉 제422호 ‘비협조적이면 이렇게 된다?’ 기사 참조).

양 변호사는 “검찰이 굳이 법인이 아닌 대표 개인을 기소한 것은 메시지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가 감청 협조를 재개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개인 선에서 마무리하는 대신, 카카오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신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 IT 업계 종사자는 “카카오가 지난 1년간 겪은 일을 보면서 업계에서는 ‘절대로 정부에 밉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