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
“청와대와는 대화 안 한다. 그쪽도 우리랑 대화할 생각도 없고.” 7월9일, 조계사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청와대와의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딱 잘라 이렇게 말했다. 김광일 행진팀장은 한술 더 떴다. “애초에 청와대와 대화를 시도했던 것부터가 실수다. 지금 청와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촛불끄기에 목숨을 건다. 말려들 여지를 줄 이유가 없었다.” 7월5일 청와대와 대책회의의 면담 무산이 남긴 앙금은 생각보다 더 깊었다.

면담 무산 다음 날인 6일, 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언론 플레이’에 면담 무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대책회의가 촛불을 끌 테니 면담을 하자고 제안해왔다”라며 허위 사실을 흘렸다는 것. 덕분에 대책회의는 온라인에서 배신자 소리까지 들어가며 집중 폭격을 당했다. 대책회의가 잔뜩 화가 난 것은 물론이다.

대책회의와 청와대의 ‘중재역’으로 나섰던 이가 신설된 시민사회비서관 자리에 갓 임명된 임삼진 비서관이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을 지낸 시민운동 출신 임 비서관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곤혹스럽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나도 시민운동을 한 사람이다. 이번 촛불집회가 청와대가 나서서 끄라 마라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걸 모르겠는가.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는 대책회의 대표단이 먼저 ‘촛불을 끄겠다’는 취지의 말을 십여 차례나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믿고 보고를 올린 탓에, 청와대 안에서나 시민운동계 지인들 사이에서나 모두 처지가 곤란해졌다고 그는 호소했다.

대책회의의 평가는 냉정하다. 한 활동가는 “새로 임명된 임 비서관의 의욕 과잉이다.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다가 수습이 안 되니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 대책회의 활동하는 사람 치고, 우리가 마음대로 촛불을 꺼봤자 시민의 비난만 살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라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임 비서관은 “절대 그런 게 아니다”라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시민사회 양쪽에서 불신을 산 것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됐다. 양쪽의 ‘메신저’ 구실을 해야 할 임 비서관이 임명 초기부터 작동 불능 상황에 빠지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는커녕 상태만 더 꼬였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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