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무리한 광고 규제 완화를 예고함으로써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이른바 ‘제목 광고’로 불리는 협찬 고지 방식의 변경이다. 협찬은 ‘방송사업자가 방송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자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시청자들은 방송 프로그램 종료 시 나오는 작은 하단 배너로 협찬주 목록을 식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협찬 고지를 〈SKT와 함께하는 히든싱어〉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 시작부터 종료할 때까지 내내 제목과 함께 자막으로 띄우겠다는 것이다.

협찬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체계를 하나도 정비하지 않은 채 제시된 안이라는 점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관련해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협찬은 간접광고와 달리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물품의 노출을 금지한다. 대신 광고 직접 영업을 금지하는 주요 방송사들의 경우에도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 영역이다. 광고는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전후 광고효과가 직접 나타나므로 광고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바코나 미디어렙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판매되지만, 협찬은 협찬주 홍보를 프로그램에서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지 품목도 광고와는 달리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방송사가 이를 악용해 협찬주의 물품을 노출시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둔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검토 없이 협찬주에 대한 직접 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제목 광고의 취지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제목 광고의 허용은 방송의 공공성을 위협한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주의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지는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찬주 노출이 암암리에 되어온 것과 이를 전면으로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간접광고와 협찬에 대한 규제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간접광고와 판매 단위를 일원화하고 그에 따른 광고 수익 배분체계, 군소 방송 지원체계, 사후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제목 광고의 대상 범위와 방송광고의 허용 범위를 일원화해야 한다. 이는 협찬이 광고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광고와 동일한 효과를 가지게 되는 만큼, 법령 또는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금지된 품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광고 금지 품목들이 제목과 나란히 제공된다면 이는 그동안의 사회적 논의를 물거품으로 돌리며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일이다. 금지 품목의 동일한 적용이 사전적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셋째, 제목 광고가 지역 방송이나 군소 방송, 기타 매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제목 광고는 광고시장의 불균형 가속화, 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의 쏠림, 프로그램 내에서 특정 협찬주의 영향력 확대 등이 불가피한 내용이다. 이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tvN 같은 CJ 계열 PP(프로그램 공급자)로, 그 수혜 대상이 너무나 분명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러한 규제 완화가 미칠 파장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제목 광고’ 허용으로 종합편성채널 지원사격 하나

논란 속에서 허용된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9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 결과가 미처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 제목 광고가 예고되었다는 점에서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다. 애당초 광고 규제 완화를 한 묶음으로 검토했거나 기존 광고 규제 완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목 광고 허용은 지상파보다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지원의 의미가 더욱 커 보인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요 방송 매체에 우호적 신호를 보내기 위한 추가 조치로 해석된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이번 기회에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간접광고와 협찬의 이원화된 체계를 해소하고, 광고 판매와 사후 규제 시스템을 일원화하여 협찬의 투명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지역 및 군소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이 협찬주의 의사를 불법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해온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최후 보루이며, 이를 위한 규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기관의 역할은 외면한 채 방송사의 이익과 편의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기자명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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