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정부가 촛불집회에 대해 공세로 전환한 후, 경찰의 진압 작전도 강경 일변도다.
“자꾸 강경 진압이라고 그러니까, 어쩔 때는 1980년대식 강경 진압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찰청 출입기자가 모인 자리에서 한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이다. 쓰러진 20대 여성을 집단으로 발로 짓밟고, 일반 시민은 물론 의료지원단, 인권침해 감시단, 취재기자, YMCA ‘눕자’ 행동단 등을 무차별 폭행한 6월28일로부터 이틀 전의 일이다. 이날의 충돌로 시위대 300여 명이 다치면서 어 청장의 농담은 어느 정도 진담이 됐다.

이튿날인 6월29일, 대규모 폭력 진압이 아니었을 뿐 경찰의 강경한 태도는 오히려 두드러졌다. 경찰은 ‘닭장차’로 서울광장 주위를 둘러쳐서 촛불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시민이 이에 항의하면 즉시 끌고 가는 등 과잉 대응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취재기자가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다 기자 신분이 확인된 뒤에야 풀려나기도 했다. 경찰은 6월30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만 아니었다면 원천 봉쇄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촛불 고립정책’에 경찰이 보조를 맞추고 있음은 시위대를 대상으로 하는 경찰 선무방송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시위대를 자극하고 고립시키려는 문구가 주를 이룬다. 통합민주당도 7월3일 경찰 선무방송이 대놓고 시위대를 자극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러분은 헌법 제1조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분들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경찰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민주당이 전한 선무방송의 한 대목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말하는 평화집회입니까?” 등 시위대를 도발하듯 비아냥거리는 방송도 자주 들렸다. 그때마다 시위대는 한층 더 흥분했다.

선무방송이 거슬리는 것은 시민만이 아니다. 6월29일에는 보신각 종 앞 도로에서 시민 50여 명과 새벽까지 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들이 “제발 저 방송 좀 멈춰라. 자꾸 저렇게 자극하면 (집에) 가려다가도 못 간다”라며 경찰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10분이 멀다 하고 반복되던 방송은 그 직후 멈췄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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