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길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성지로 등장했다. 화가 남궁문씨가 2002년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책을 썼을 때만 해도 이토록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남궁씨의 책은 한마디로 너무 일찍 나온 셈이었다. 코엘료의 〈순례자〉가 2006년 여름에 번역되고, 그 무렵 여행작가 김남희씨가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2년 새 10여 종에 가까운 산티아고 여행기가 국내 독서 시장에 벼락처럼 쏟아졌다.
〈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산티아고의 두 여자〉 〈산티아고 가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일기〉 〈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현재 출간을 준비 중인 책만 서너 종이 되는 것으로 출판계 인사들은 말한다.
한 달 이상을 꼬박 걸어야 하는, 그래서 긴 휴가나 큰 결심이 없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여행지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산티아고 길 위의 여행자들은 모두 무언가 사연을 품고 걷는다고 한다. 삶의 전기를 찾기 위해서든, 자신의 청춘을 위안하기 위해서든, 혹은 가수 박기영씨처럼 “삶의 경계를 불안히 걷는 듯한 모호한 느낌이 답답해서”든, 그들은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산티아고 여행기를 보면, 그래서인지 한결같이 서늘한 깨달음의 고백이 어딘가에 꼭 실려 있다. 김남희씨는 “산티아고는 전혀 다른 식의 여행을 제안하는 곳이었다.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었다”라고 기억했다. 독자는 그들의 그런 고백을 읽으며 삶을 대리 충전하는 추체험을 겪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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