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뉴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이가 많다.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난 것도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완벽하게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방송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관련 보도를 앞에 배치하는 등 이슈를 돌리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일까? 때마침 신문지상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한 박지성 선수의 은퇴 기자회견 사진도 괜시리 불편했다.

2002년 월드컵 이래 그에 관한 소식이라면 눈과 귀를 쫑긋하며 찾아본 왕팬이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인가 저절로 미간이 찡그려졌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 아직 제대로 밝혀진 건 하나 없고, 심지어 여전히 많은 이가 진도 앞바다에 남아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6·4 지방선거와 관련한 기사를 다루는 게 영 마뜩지 않았다. 그마저 이슈 전환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날짜를 꼽아보니 선거가 코앞이었다. 특히 주간지 처지에서 보면 선거 기사를 다룰 타이밍이 딱 두 번 남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도도 애도지만, 이번 선거는 절대로 허투루 치러서는 안 되는 ‘역사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확인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게 나라냐’고 한탄하면서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복장이 터지고 울화가 치미는데, 우는 것 말고 할 게 없어서 너무나 미안하다”라고 무력감을 드러낸다.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청와대 주변에서 검문검색을 당한다는 뉴스에 기막혀하면서도 그걸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물으면 눈만 동그랗게 뜬다. ‘합법적으로’ ‘딱 부러지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말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19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19

이번 기회에 한국 사회의 적폐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6·4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를 조금씩이나마 풀어갈 만한 후보에게 내 한 표를 던지면 된다. 시장이나 지사, 심지어 시·군·구 의원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후 풀뿌리부터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중앙권력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단식까지 해가며 지방선거 직선제를 관철시켰고 1995년 시행된 민선 1기 지방선거 결과를 밑거름 삼아 1997년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게다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같은 광역단체장이라면, 자기 손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사람·관행만도 상당하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공공성’에 대한 각성이라고들 한다. 나만 알고, 돈만 밝히고, 편리함만 추구하다 벌어진 일인 만큼, 이제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사람’을 더 중시하고, ‘정의로움’에 좀 더 천착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교훈을 앞장서 실천해줄 우리 동네 대표로는 누가 적임자일지 눈 부릅뜨고 찾아볼 일이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